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로 넘친다.
남들은 며칠이라도 해봤으면 원이 없겠다는 도지사 자리를 중도에 그만 두려고 하는가 하면 200여가지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국회의원 신분을 갖고도 모자라 대통령을 하겠다는 정치인들이 줄을 잇는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최적임자임을 국민앞에 내세운다.
어떤 후보는 자신만이 국민을 통합하고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하며 또 다른 후보는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는 경험과 경륜을 갖춘 사람은 자기뿐이라는 점을 과시한다.
어떤 후보는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한 자신의 성공 스토리가 대통령이 되는데 다른 후보와 차별화 되는 자산임을 강조한다.
사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인들은 오래전부터 국민들이 지켜봐온 사람들이다. 선거로 살아온 이들의 당선과 낙선, 정치적 행보와 주장을 지켜보며 지지와 성원을 보내온 국민들 가운데서도 이들의 잇따른 대통령 출마 선언에 대한 반응은 엇갈릴 것 같다.
“그래 맞아, 저 사람은 도지사나 국회의원만 하기에는 아까워” 하는 지지자도 있겠지만 “아니 저 사람까지 왜 저러지, 지금 자리만 해도 분에 넘치는 것 같은데 대통령까지 하겠다니….”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권자도 적지 않다고 본다.
도지사만 해도 어떤 자리인가. 옛날 같으면 백성의 생사여탈권까지 손에 쥔 평양감사, 경상감사 자리가 아닌가.
수천명의 소속 공무원들 인사를 쥐락펴락하고 해마다 수조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게 도지사다.
민선시대의 도백은 장관이 부럽지 않다고 한다. 민선 임기 4년 동안은 대통령도 함부로 못하는 지방의 대통령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또 어떤가. 장관을 비롯 중앙부처 고위공무원은 말할 것 없고 시·도지사들도 눈치를 봐야하는 국정의 감시자이자 헌법기관이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 있는 정치인들 마저 너도나도 대통령을 꿈꾸니 사람의 권력욕이란 부에 대한 욕심처럼 끝이 없는 모양이다. 지금 한국의 정치판은 온통 킹이 되려는 정치인들로 북적이는 셈이다.
지금까지 거론된 후보들 외에 또 어떤 의외의 인물이 나도 하겠다면서 나설지 알 수 없다.
“저 분이 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데 적임자라”며 자신의 포부를 접고 다른 후보를 돕겠다는 아름다운 킹메이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이 정치인을 바라 보는 눈은 아직 곱지 않은데 더 큰 권력, 더 힘센 자리만 탐하는 것 같아 보여 씁쓸하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살필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꼭 대통령이 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현재 가진 권한과 위치에서도 얼마든지 출마의 변으로 내세우는 국민을 위한 할일은 많지 않은가.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한 다음 국민이 나라를 맡아 달라고 진정으로 부를 때 대통령으로 나와도 늦지 않을 것인데 왜 그렇게들 조급한지 짧은 소견으론 이해가 안된다.
국민을 내세우지만 실은 자신의 야망에 사로잡혀 국민의 마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대통령이 되려는 정치인들은 지금이라도 한번쯤 진정 국민의 입장에서 자신의 출마에 대해 곱씹어 봤으면 좋겠다.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한 정치인의 생명은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는 교훈을 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