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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시야 너머 세계소년의 눈을 빌려 발견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6-22 20:38 게재일 2012-06-2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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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 이우성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129쪽

“배워서 쓰는 것이 아니라 쓰고 싶어 쓰는”(김기택) 시인 이우성이 첫번째 시집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문학과지성사)를 출간했다.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무럭무럭 구덩이`가 당선되며 등단한 후 햇수로 4년 동안 써온 시편 중 총 예순한 편을 가려 뽑은 이번 시집에서 이우성은 어른의 시야에 미처 포착되지 못했던 세계의 일부를 소년의 눈을 빌려 발견하고 있다. 무수한 “우성이”들의 경쾌한 나르시시즘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나름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문장 구조의 생략을 통해 시인은 독자들을 자신이 떠나온 세계로 데려다놓는다. 이러한 나르시시즘과 미니멀리즘을 평론가 강계숙은 현실을 견디게 하는 “위로의 수사학”이자 “가능성”이라고 해석한다.

“이우성의 `나`는 현재 한국 사회의 대중적 정서로 만연된 `피해자의 나르시시즘`과 정확히 반대되는 자리에 있다. (….) 이우성의 `나`는 고통이든 괴로움이든, 그런 감정을 겉으로 표 내는 일에 무심하며, 조금 주저하고, 잠깐 말한 뒤엔 남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얼른 지워버린다. 피해자의 나르시시즘적 무능과 그것의 거침없는 표현을 조용히 거부하듯 “우성이”(`사람들`)는 작은 목소리로, 가장 적은 말을 사용하여 자기를 이야기하려 한다. (….) 긍정 어법이 스스로를 치켜세우는 과잉 예찬이 아니라 세계의 상실이 객관적 실재로 고착돼버린 이의 유용한 존재 기술(技術)이자 위로의 수사학이라면, (….) 자기 소진의 나르시시즘을 부추기는 현실을 죽거나 도피하거나 망가지지 않고 살 수 있는 힘을, 그리고 그러한 현실이 조금이나마 아름답게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비추는 시적 비전을 찾게 하는 능력을 키운다면, 우리는 이 시인의 자기애를 기꺼이 환대할 필요가 있다” -강계숙(문학평론가)

소년은 스스로의 개별성(`나`)을 강화하며 어른이 된다. 그렇다면 어른은 어떻게 다시 소년이 되는가. 시를 쓰는 이유를 생각하다가 결국 자신을 알기 위해 쓰게 됐다는 시인은 `나`에게로 파고들기보다 `나`를 확장시키는 것을 그 방법으로 선택한다. -`마음의 마음`부분 (p. 84)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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