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가 가까워지자 차의 속도감이 계속 떨어지면서 짜증부터 났다. 꽉 막힌 고속도로 위를 차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느릿느릿 움직였다. 약속된 용산구의 모 예식장에 도착한 시간은 도착예정시간을 30여분이나 훌쩍 넘긴 뒤였다. 한강로를 따라 강남쪽으로 빠져 나오는데도 차량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주말이어서 정체는 더욱 심했다. 왠 차들이 그리도 많은지…. 겨우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나니 어느 정도 속도가 붙었다.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을 매일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 포항시내에서는 10분만 막혀도 난리가 난다. 성미 급한 포항사람들 5분을 채 못 기다린다. 평일 퇴근시간대 포항철강공단에서 섬안교나 포스코 1문을 통해 형산교를 건너올 때 간혹 정체현상이 일어날 때가 있다. 정체라야 고작 10~20분 정도다. 그 것도 정체라고 짜증부터 내고 본다. 포항시내 어느 곳이든 택시로 20~30분 달려서 못 갈 곳이 없다. 교통의 편리함을 너무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 포항의 명소 죽도시장과 북부해수욕장, 환호·죽천리 해안가에 즐비한 횟집. 그 곳에서는 일년내내 싱싱한 회를 맛 볼 수 있고 포항의 대표음식인 `물회`도 주문만 하면 금방 나온다. 겨울철 별미인 구룡포 과메기와 대게, 성게알, 돌문어 등은 도시민들의 입맛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음식의 맛도 감칠맛 나지만 주변의 분위기는 또 어떤가. 출렁이며 하얗게 부셔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소주한잔 마신 뒤 회 한 점을 입안에 쏙 넣는다.
# 몇개월 전 포항철강공단 업체에 출장 온 일본인 바이어와 업체 대표, 필자 셋이서 북부해수욕장의 백사장이 내려다보이는 한 일식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다. 자연산 전복 회와 성게 알, 그리고 싱싱한 도다리 회가 올라오자 그는 깜짝 놀랐다. 일본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음식이라고 했다. 일식집에서 내려다 본 포항제철소~동빈내항~북부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야경은 환상적이었다. 그는 “아~아~”하며 감탄했다. 8월이면 이 곳에서 세계적인 불빛축제도 열린다고 들려줬다.
# 필자가 체육부 기자시절 도내 초중학교 축구대회 관계로 안동에 간적이 있다. 학부모 한명이 “포항에 사는 사람들은 참 좋겠네요. 보고 싶은 프로축구경기 실컷 볼 수 있으니까요…우리는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어요” 포항스틸러스는 국내 프로축구단 가운데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축구전용구장(스틸야드)을 갖고 있다. 이 곳 스틸야드에서 경기를 한번 보고 나면 다른 경기장에 가서는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까지 들린다.
# 최근 서울 사는 후배가 직장일로 포항에 출장을 왔다. 그를 젊은이들의 거리이자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한 일명 `쌍사`(쌍용사거리를 줄인 말)로 안내했다. 술집마다 젊은이들이 넘쳐났다. 우선 그 많은 술집에 놀랐고, 3~5만원이면 충분한 싼 가격에 또 놀랐다. 포항이라는 도시에 반했다고 했다. “선배님 꼭 다시 놀러오겠습니다”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
# 몇 년전 포항에 근무하다 서울 본사로 발령을 받고 떠난 모 건설회사 K소장은 포항을 `골프천국`이라고 했다. 맞는 얘기다. 필자가 그를 처음 골프에 빠지게 했고, 배운지 2년도 안돼 그는 싱글 골퍼다. 지금은 퇴직을 해 개인사업을 하고 있지만 늘 포항생활이 그립다고 한다. 포항시내에서 20~30분이면 갈 수 있는 골프장들이 사방에 널려있다. 정규 또는 퍼블릭골프장 등 입맛대로 골라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그 뿐인가, 부킹하기도 쉽다. 그린피도 서울의 절반 정도면 충분하다.
포항은 이렇게 매력적인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