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레밍효과 (Lemming effect)

오권영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차장
등록일 2012-06-21 21:10 게재일 2012-06-21 10면
스크랩버튼
출산 후 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임신할 수 있을 정도의 왕성한 번식력 때문에 3~4년이면 개체수가 크게 불어나서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다른 곳으로 떼를 지어 이동하는 습성이 있다.

개체수 폭증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레밍 한 마리가 밖으로 내달리기 시작하면 다른 레밍들도 덩달아 우르르 따라 나서는 것이다. 이때 선두그룹을 쫒아 무리 전체가 뒤처지지 않으려고 경쟁적으로 따라붙기 때문에 앞의 레밍은 뒤의 레밍들에 밀려 걸음을 멈출 수도 대열에서 빠져나올 수도 없게 된다.

게다가 직선으로만 움직이는 탓에 해안가 절벽에 도달해서도 속도를 멈추지 못해 서양동화에 나오는 마술피리 소리에 홀린 것처럼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다.

이처럼 선두의 뒤를 쫒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가는 레밍과 같이 누군가 먼저 하면 나머지도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행동을 레밍효과(lemming effect)라고 한다. 비이성적인 행동이지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자신의 취향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단지 그런 스타일이 유행한다는 이유로 물건을 구입하거나 내키지 않으면서도 다수의 의견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따라하는 것은 모두 레밍현상이다. 또 주식, 금융,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할 때에는 어느 순간 하나의 작은 사건이 방아쇠가 되어 주식 투매(dumping), 예금인출사태, 부동산 폭락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부동산으로 떼돈 벌었다는 이야기에 혹해 무턱대고 무리한 대출까지 받아가며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이나 주식시장이 한창 호황일 때 덩달아 투자한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유행하는 투자수단이 대세라고 달려들었다는 것이며 시장 침체라는 폭풍을 만나게 되면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투매해 결국은 레밍처럼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우(愚)를 범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저축은행 영업정지 발표 전에도 H저축은행이 포함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영문 이니셜이 같은 저축은행 창구에 아침부터 예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제는 레밍이 앞서 달린다고 해도 크게 부화뇌동(附和同)하지 않을 정도로 의식수준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불안한 때일수록 앞선 레밍을 무작정 쫓아가기 쉬운 법이다.

주변의 분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맹목적인 쏠림보다는 사태를 정확하게 직시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권영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차장

경제카페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