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교육현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스포츠 데이`이라 할 수 있다.
올 3월 새 학기부터 주5일제 수업이 전면 시행되면서 학교마다 쉬는 토요일에 다양한 예체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은 학생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 스포츠 활동이고 그래서 학교마다 토요일을 `스포츠 데이(체육활동의 날)로 정해 운영 중이다.
아직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시설 및 강사 부족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시도 자체만으로도 무척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최근 사회문제로까지 대두한 학교폭력과 청소년 자살 문제를 해결하고 어긋난 인성을 바로 잡는데 도움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토요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무척 즐거워하고 활기가 넘쳐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데이는 학생들이 그동안 잃어버렸던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되찾아 주고 있다는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옛날 학생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거나 휴일이면 또래 집단과 어울려 다양한 놀이문화를 즐겼다. 구슬치기와 자치기, 비석치기, 숨바꼭질, 깡통차기, 말타기,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멱감기 등 다양했다. 남자 아이들은 편을 가를 수 있는 인원만 모이면 축구를 했다. 공의 크기나 종류 구분없이 거저 찰 수 있는 것만 있으면 축구 경기가 성사됐다. 먹을 것이 없어 배는 고팠지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없이 건강했었다.
그렇지만 요즘 아이들에게는 놀이문화가 사라졌다. 아파트와 도로, 주차장으로 둘러싸인 집 근처는 놀 수 있는 공간이 없고 그나마 수시로 드나드는 차량 때문에 위험해 놀지도 못한다.
학부모들은 또래들과 놀도록 내버려 두지도 않을뿐더러 놀 수 있는 시간도 없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대부분이 학원 2~3개씩 다니고 있다. 학원 마치고 늦은 시간 집에 오면 숙제하느라 바쁘다. 주말과 휴일에 시간이 나더라도 집에서 혼자 논다. 결국 컴퓨터 게임과 TV시청, 휴대전화 등과 같은 혼자만의 놀이문화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혼자 있는데 익숙한 아이들이니 타인에 대한 배려나, 협동심, 동료애와 같은 사회성이 부족한 이기적인 인성이 길들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의 상처나 고통을 생각하지 않는 폭력성이 싹을 틔우게 된다.
또한 신체적 활동이 부족하니 비만과 과체중, 허약체질이 될 수밖에 없다. 어릴 때부터 단련시켜 놓은 체력은 평생의 자산이라고 했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근육의 부피가 커지고 근력이 향상되고 심장의 크기가 커지고 신경기능과 신체 동작간 연계 능력이 길러져 정확하고 신속한 동작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의 운동은 그래서 지식수업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와 선진국들은 현대인들의 육체와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신체적인 비활동`이라고 진단하고 국가 차원에서 신체활동량을 늘리려는 모든 방도를 찾고 있다고 한다.
우리 교육당국도 학생들의 체육활동과 인성지도의 상관관계를 인식해 가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스럽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최근 2학기부터 시행하는 교육과정 개정 시안을 공개했다. 주된 내용은 인성교육을 위한 예체능 수업을 크게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과목별 이수과목 20% 자율 조정에 음악·미술·체육을 줄일 수 없도록 했다. 그동안 대다수 학교가 국·영·수 수업을 늘리는 대신 예체능 수업을 줄였다. 또 학기마다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운영하도록 했다.
이제 학부모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나깨나 공부를 외칠 것이 아니라 스포츠클럽에 참여시켜 잘 놀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