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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넘치는 실종 허위신고에 헉헉

김남희기자
등록일 2012-06-13 21:24 게재일 2012-06-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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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남부署 한 달 평균 30~40건 접수… 90% 허위<br>신고 한 통화에 20~30명 출동… 경찰력 낭비 심각

지난 4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수원 20대 여성 납치 살해사건 이후 여성·아동 실종신고에 대한 경찰수사가 강화된 가운데 허위신고까지 빈번해 경찰력 낭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포항남부경찰서의 경우 한 달 평균 30~40건의 여성·아동 실종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이 중 90%가 허위(오인)신고라고 포남서는 밝혔다. 하지만 허위신고가 의심되더라도 일단 실종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수색해야 한다. 이로 인해 경찰력 낭비는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라고 포남서는 설명했다.

지난 3일 오후 4시께 포남서 상황실에는 “5살 난 딸(A양)이 유괴당한 것 같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A양의 어머니인 신고자는 이날 아침 교회에 같이 간 딸이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경찰에 설명했다.

경찰은 형사계와 실종팀·여성청소년계·파출소·방범순찰대 인원 20~30여명을 투입해 곧바로 수색했다.

2시간 30분간 남구 연일읍 일대를 샅샅이 헤맨 경찰은 허탈하게 수색을 마쳐야만 했다. 평소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남편 B씨가 딸을 데리고 나간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교회에 간 딸이 집에 혼자 돌아오자 B씨는 아내를 골탕먹이기 위해 “딸이 없어졌는데 엄마란 여자가 뭐 하는 짓이냐. 찾을 때까지 들어오지 마라”고 엄포를 놨고 사실로 믿은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한 것.

앞서 지난달 22일에도 오후 11시30분 40대 여성이 납치를 당한 것 같다는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울산에 간다던 C씨(여)와 통화한 남편 D씨는 “아내가 소리를 지르다 전화를 끊었다”며 119 위치확인과 함께 아내를 찾아달라고 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C씨는 문덕의 한 술집에서 고향 친구를 만나 술을 마셨고, 술에 취해 전화 통화 중 소리를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19일에는 10대 여중생인 딸이 찜질방에서 전화가 와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는 신고 전화가 들어왔다. 그러나 이것 역시 자신을 피해 집을 나간 딸을 찾기 위해 아버지인 E씨가 허위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포남서 실종팀 관계자는 “실종신고가 접수되면 한두명이 아닌 20~30명의 인력이 기본적으로 움직이게 돼 허위신고로 인해 현장에 출동하게 되면 정작 중요한 순간에 필요한 인력을 투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며 “고의로 허위신고를 한 경우 이에 대한 법적 처벌 근거 조항 마련과 함께 시민들의 의식 개선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남희기자 ysknh0808@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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