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신문을 보니 문재인씨 지지율이 한 자리수로 떨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지금 민주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당대표 선출 행사의 여파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문재인씨와 이해찬씨가 이른바 `친노'로 연합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한길 의원이 부상하는 데 따른 영향이라는 것이다.
오늘은 다중 네트워크라는 곳에 가서 조정환씨를 만났다. 왜냐. 앞으로 있을 큰 선거를 앞두고 `진보' 쪽에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볼 셈이었다. 특히 이`진보'라는 것과 관련해서 안철수씨는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를 물었다. 그것은 지금 기획중인 어떤 책과 관련된 것이었다.
조정환이라면 지금 들뢰즈, 가타리 사상을 활발하게 소개, 재해석하면서 새로운 사회 메커니즘을 창안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람 가운데 하나다. 약 두 시간 반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국 자본주의를 보는 시각이 근본적이면서도 새로워서 귀담아 들을 것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안철수씨에 대해서 물었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는 첫째 기부라는 것을 통해서 그가 이전의 정치인들과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었지 않나? 스스로 부를 쌓아올린 사람들 가운데 안철수는 큰 기부를 스스로 실행해 보임으로써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둘째, 그는 기존의 정당정치 체제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정치 실험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묻는다. 당신은 진보인가? 그렇다면 민주당에 들어와야 하지 않나? 아니면 진보당에라도? 그러나 이 또한 기성 정당정치 틀이기 때문에 그 기성에 신물이 난 사람들은 그곳에 섣불리 들어가지 않는 안철수에게 오히려 호감을 느낀다.
조정환씨는 시뮬라크르적인 가상에 얽매이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필자의 생각에 자신의 날카로운 시각을 비교해 보여 주었다.
그에 따르면 안철수씨의 기부는 유럽이나 미국의 자본가들이라면 수백년 전부터 쌓아온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해 보인 것이다. 안철수씨가 진정으로 새로운 게 아니라 한국의 자본가 계급이 너무 천민적이었던 것이라 해야 한다. 그러나 기부는 사회를, 사회의 심각한 모순을 진정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대개 진보주의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전철에서 적선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적선이 사회적 모순을 다만 완화시키거나 연장할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런 까다로운 진보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둘째, 기존 정당정치는 일종의 대의제다. 그런데 대의제에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부장적 대의제, 다른 하나는 자유민주주의적 대의제, 마지막 하나는 구속적 대의제다. 첫 번째 것은 가족 내에서 아버지가 선거에 의하지 않고도 대표성을 갖는 것이고, 두 번째 것은 지금 우리가 하는 것이고 마지막 것은 앞으로 와야 할 것이다. 우리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우리에 의해 구속될 수 있는 대의제를 만들어야 한다. 안철수씨의 정치는 우리 대의제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런데 조정환씨와 필자가 공유한 문제 하나가 있다. 이른바 진보라는 문제 앞에서 우리에게 가장 민감한 문제가 바로 북한 정권 문제라는 것. 지금 우리 사회는 과연 진보가 종북과 분리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진보당과 진보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필자는 안철수씨가 탈북자들을 위한 지원활동이 정당하다는 인식을 분명히 드러냄으로써 진보와 종북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그러자 조정환씨는 그들을 제명하자고 하는 것은 우리의 대의제를 위협하는 사고가 아니냐고 되묻는다. 역시 이른바 진보에게 북한정권 문제는 뜨거운 감자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