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경비 100만원 이상 목돈… 선택 폭 없어 학부모들 불만
정화여고는 오는 21일부터 2박3일간 중국 상하이와 북경으로 나눠 여행일정을 잡아놨다. 비용은 79만5천원이다. 여행경비 외 3일동안 학생이 쓸 돈을 감안하면 1인당 100만원 이상의 돈이 들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선택의 폭이 전혀 없이 오직 중국의 상하이와 북경으로만 정해 학부모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학교측은 한꺼번에 목돈 마련이 쉽지 않은 학부모들을 위해 고교1학년 입학때 부은 적금을 해약해 여행경비로 쓰도록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고교생의 수학여행은 학교장 재량으로 국내는 물론 국외 견학을 할 수 있다. 문제는 국내와 국외 중 선택토록 해, 학부모의 경제사정을 감안해야 함에도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일방적으로 해외로만 계획을 잡아 선뜻 갈 수 없는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것.
이 학교 2학년 학생은 총 582명으로 이중 565명이 이번 여행에 참가한다. 나머지 17명은 질병이나 체육특기자, 가정형편상 도저히 여행 참가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의 한 학부모는 “계속되는 불황으로 80만원이라는 목돈도 버거운 실정이다. 용돈을 포함하면 100만원이 넘는 거금인데도 선택 여지없이 외국을 정해놓고 따라오라는 것은 도저히 납득히 되지 않는다”며 학교를 원망했다.
2학년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집안 형편 등 여러 사정으로 수학여행을 포기하고 싶으나, 선생님이 집으로 전화해 여행을 종용하고, 자존심 때문에도 안갈 수 없는 입장이다. 외국을 대체할 국내여행지도 없어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정화여고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내와 국외로 분리했는데, 위화감 조성 등 문제점이 있어 외국으로 통일했다. 1년전에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그 결과 외국을 선호해 결정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학교측에서 지원을 생각하고 있다”며 해명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국내외의 장기 불황으로 외국 수학여행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각 학교에 보냈다. 공립학교는 거의가 국내로 여행을 가고 있으나 일부 사립학교에서 외국여행을 강행해 답답하다. 향후 선택의 폭이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