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거낙업 (安居樂業)은 `편안히 살고 즐겁게 일한다`라는 뜻으로 노자의 도덕경에서 유래된 사자성어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19대 총선 당선인대회에서`안거낙업`을 강조했다. 그는 당선인 인사말에서 “제가 좋아하는 사자성어가`안거낙업`인데 국민이 근심 걱정없이 살면서 생업에 기쁘게 종사하는 나라를 만드는것 이상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을 위해 국회에 들어와 있는게 우리들의 존재이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안거낙업을 언급하기전 이런 말부터 먼저 꺼냈다. “정치를 위한 정치, 국민의 마음을 외면하는 정치를 이제 끝내야 한다. 정치가 국민의 삶을 외면하고 우리끼리 갈등하고 정쟁하면서 국민께 실망을 드린다. 또다시 지지해달라고 말할 자격도 없고 정권 재창출도 못할 것이다”
박 위원장의 이 말은 최근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이재오 의원 등 비박근혜계 대선 주자들이 자신을 향해 ` 1인 독재체제를 강화했다. 대세론은 허상이다`고 비판하자 이를 정쟁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정몽준 의원은 당선자 대회 중간에 행사장을 떠나면서 박위원장을 향해 “오늘같이 좋은자리에서도 경고를 하시니까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기자들에게 “박 위원장이 오늘도 정쟁을 하면 안된다는 말을 했는데 정쟁과 정치를 어떻게 구분하느냐”며 “그런식으로 하니 정치가 다 없어진다”고 주장하며 날을 세웠다.
박근혜 위원장은 이번 19대 총선을 진두지휘하며 새누리당 승리를 이끈 일등공신이다.
총선 승리로 박근혜 대세론은 더욱 확고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친박 인사들 사이에서 경선 무용론과 박근혜 추대론까지 나왔다. 하지만 김문수 경기지사에 이어 정몽준 의원이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친이계 이재오 의원과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까지 대선 출마뜻을 내비치면서 박위원장에 맞설 상대가 없을 것처럼 보였던 대권구도는 다자경쟁구도가 될전망이다.
비박 대선주자들은 먼저 한목소리로 경선룰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친박이 다수고 박근혜 위원장이 당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에서 지금의 경선방식으론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며 완전 국민참여 경선으로 경선룰을 바꾸자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들은 박근혜 중심 당 운영방식도 문제삼았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위원장 1인을 위한 사당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내 박근혜 위원장의 측근들은 비박 대선후보들의 이같은 공격에 발끈하는 분위기다. 당을 기사회생 시켜놓으니 이제와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한다며 박 위원장 개인에 대한 공격과 비판은 참지 못하겠다고 잇따라 반박하고 나서 친박과 비박간의 첨예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경선룰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은 정치적으로 돌이킬 수없는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박 위원장의 측근들은 지지율이 1, 2%도 안되는 경쟁자들이 도저히 이기지 못할 것 같으니 경선룰을 시비한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비박 대선 후보들은 현행 방식의 대권후보 경선은 무의미하다며 완전국민경선을 받아들이라며 압박하는 태세다.
어찌보면 새누리당내 대선 후보들간 경쟁은 야당보다 더 당내 민주주의가 활발한 정당으로 변신하는 기회가 될수도 있다. 유력한 대선후보로서 박근혜 위원장은 이런 비박 대선후보들의 비판과 공세가 섭섭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공세를 거꾸로 자신의 정치적 단점으로 거론되는 소통과 포용력 부족의 리더십을 말끔히 씻어내는 계기로 삼는 것은 어떨까.
그럴 경우 국민을 진정 `안거낙업`할 수 있게하는 정치 지도자로서 박근혜 위원장의 위상은 오히려 더욱 공고해지리라 생각한다면 지나친 해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