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기 한 가운데 자그마한 파리가 그려져 있으면 부지불식 간에 사람들이 그 파리를 맞히려 한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서도 소비자에게 가까이 가고 부드럽게 권유함으로써 구매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컨셉의 마켓팅기법인 `넛지마케팅(Nudge marketing)`이 주목받고 있다.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뜻의 `넛지(nudge)`에서 유래된 넛지마케팅은 마케터(marketer)가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자각할 수 있도록 슬쩍 옆구리를 찌르듯이 구매 결정을 유도하는 마케팅기법을 말한다. 소비자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구매를 유도하기 때문에 이 물건이 좋다고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소비를 하도록 만드는 부드러운 개입인 셈이다. 스토리텔링, 콜래보레이션(Collaboration), 문화마케팅, 브랜드 체험매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동안 기업들은 대중적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사 제품의 장점을 강조하는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스마트폰, 트위터로 풍부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갈수록 똑똑해지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종래와 같은 단순한 광고나 천편일률적인 홍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유연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소비자의 상품 선택을 도와주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여성들이 자주 찾는 매장에서 여성용품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대형마트에서 주부들을 위한 요리책을 비치해 놓는 것, 자동차용품 매장 한편에 졸음방지용 껌을 판매하는 등 우리 주변에서 넛지마케팅의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백화점에서도 단순히 유사한 상품을 한데 모아놓고 고객들의 구매를 기다리기보다는 다양한 연관 매장과 서비스를 통해 자연스레 연관 구매로 이어지도록 매장 위치를 조정하기도 한다.
이제 마케팅의 핵심은 니즈(needs)가 아니라 원츠(wants)라고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분석하여 소비자의 마음을 어떻게 열 것인지 고민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노력할 때 넛지마케팅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권영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