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날씨가 사람들을 야외로 이끈다. 스포츠를 즐기기에 딱 좋은 날씨다.
현대인들은 건강과 유희, 사회통합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스포츠를 즐긴다. 특히 남자들은 생활의 한 부분으로 인식할 만큼 중요하게 여긴다.
심리학자들이 분석한 남자들의 근본적인 성격을 이해하면 태생적으로 스포츠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남자의 원초적 본능에는 정복욕과 과시욕이 잠재돼 있어 항상 상대를 제압하고 힘을 과시하려 든다. 원시시대 동물을 상대로 사냥을 했고 사회속에서도 끊임없이 힘겨루기를 하며 경쟁을 하려 든다. 개인간의 힘겨루기가 국가간의 집단 힘겨루기로 확대된 것이 전쟁이다. 남자는 근본적으로 사냥과 전쟁을 좋아한다는 말로 통한다. 남자들이 어릴 때부터 장난감 무기와 전쟁놀이를 좋아하고 컴퓨터 전쟁게임이나 전쟁영화에 빠져드는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스포츠도 이 범주에 속한다.
원시시대를 지나 농경시대가 되면서 더 이상 사냥이 필요 없게 된 인간들이 일 이외의 여가에 사냥기술을 겨루고 발전시킨 것이 스포츠의 출발이라고 한다. 개인간의 사냥기술 겨루기를 집단 겨루기로 발전시킨 것이 단체 스포츠 경기인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는 스포츠 종목은 단연 축구이다. 지구촌이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사냥과 전쟁을 좋아하는 남자들의 원초적인 본성과 가장 닮았다는 데서 해답을 찾는다.
최근 3년 동안 축구전용구장인 포항스틸야드를 찾아 포항스틸러스의 홈경기를 거의 빠지지 않고 관전하면서 문명화된 무기가 나오기전 칼과 창만으로 싸웠던 전쟁 모습이 연상됐다.
국가 또는 부족이 군대를 이끌고 국경에서 대치한다. 무기는 칼과 창이 전부다. 서로 잘잘못을 따지는 설전이 오간 뒤 넓은 들판에서 중원 전투를 시작한다. 팽팽한 중원 힘겨루기가 오랫동안 계속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밀리는 쪽이 퇴각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성안으로 들어가 농성전에 돌입한다. 공격하는 쪽은 성을 에워싸고 공성전을 벌인다.
성문을 부수거나 사다리로 성벽을 타고 넘어가는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또 화살이나 돌, 화공을 성안으로 쏟아붓는 등 성을 함락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격한다. 수성하는 쪽은 어떻게든 성안에 적군을 들여 놓지 않고자 사력을 다해 방어한다. 농성전을 벌이는 쪽이 수성만 하지 않는다. 간혹 공격을 하다 지쳐 성에서 물러나 있는 적진지에 야간 기습작전을 감행해 큰 상처를 입히기거나 퇴각시키기도 한다. 오랜 시간 계속된 전투는 먼저 허점을 드러내는 쪽이 패하게 된다. 부상자가 많아 전투력을 상실하거나 식량이 떨어지거나, 장시간 전쟁에 지쳐 내부 반란이 일어나는 등으로 전쟁은 끝이 난다. 성이 함락되거나 공격하는 쪽이 승부를 미루고 물러나거나, 어느 쪽으로든 승부는 결정이 난다. 여기에 무기를 축구화와 축구공으로 바꿔 놓으면 오늘날 축구 경기 모습이 된다.
축구의 또 다른 매력은 규칙이 단순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키가 큰 사람이나 작은 사람이나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고, 공과 발이 지닌 원초적인 불안전성으로 인한 팽팽한 긴장과 승리에 대한 희망을 심어준다.
누군가가 몹시 밉거나 분노가 치밀면 축구장을 찾을 것을 권하고 싶다. 포항에는 우리나라에서 관전 편의가 가장 좋은 전용축구장이 있어 더없이 좋다. 지난주 우리는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다. 선거기간 내내 편이 갈려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겼다. 상대에 대한 섭섭하고 분한 마음을 속히 떨쳐내고 다시 화합의 길로 나가야 한다. 선거 기간 경쟁했던 모든 사람들이 서로 손을 맞잡고 축구장을 찾으면 어떨까. 함께 목청 높여 응원을 하다 보면 어느새`우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