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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꽃구경이나 했는지…”

등록일 2012-04-13 21:44 게재일 2012-04-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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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택 편집부국장

봄꽃이 활짝폈다. 지난주부터 피기시작한 벚꽃은 이번주 붉은 듯 하얀 속살을 완전히 드러냈다. 흐드러지게 핀 꽃이 흩날린다. 곳곳에 꽃비가 되어 내린다. 꽃이 시민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아내들은 봄나들이를 재촉한다. 이 좋은 봄날 그것도 못하겠느냐 쉽다. 그러나 막상 행동에 옮기려면 그것도 녹록치 않다. 그래도 일반시민들은 만개한 벚꽃을 감상하는 여유라도 있어 다행이다.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선거기간동안 꽃을 볼 여유조차 없었다. 아쉽게도....

선거가 끝났다. 공식선거운동기간은 13일이지만 후보들은 긴 레이스를 펼쳤다. 예비후보 부터 따지면 120일이다. 이전 준비기간을 감안하면 6개월 아니 1년이상 이번 총선에 올인했다. 물론 그렇지 않은 후보도 있다. 아무튼 그렇게 긴호흡을 통해 준비한 후보들은 파김치가 됐다. 후보들에게 꽃구경이란 팔자좋은 타령이다. 하늘을 볼시간도 없는데 꽃을 본다는 것은 사치일 수 있다. 모든 것을 유권자에게 집중했다. 자신을 지지해주리라 기대하며 유권자를 만나고 악수한다. 그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것은 선거가 끝나면서 알게되지만 선거기간동안 그들은 그것이 최선이었다.

경북 구미 갑의 심학봉 당선자의 고향은 포항이다. 그는 과감히 자신의 고향이 아닌 이 곳에서 승부수를 띄워 성공했다. 물론 그의 당선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내공도 다져져 있지만 긴호흡으로 꾸준히 지역민과 관계를 개선시켜온 덕일 것이다.

그의 당선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고향사람이 아니면 쉽지 않은 정치적 지역정서를 깬 것이다. 정치만큼은 고향사람이 아니면 안된다는 의식이 대한민국 전반에 팽배해 있다. 혼혈족도 원치 않는다. 성골만이 대접 받는다. 구미 갑 심학봉 당선자는 그런 구도를 깼다.

반면 경북 제1의 도시 포항은 아직도 정치분야 만큼은 고향사람 타령이다. 타지인을 잘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 속성이 있다. 포항 남구·울릉에 출마했던 김순견 포항시축구협회장, 노선희 씨알텍대표, 북구에 출마한 노태형 변호사 등은 이번 선거에 애를 먹었다. 결국 공천이 좌절되면서 꿈을 잠시 접었지만 고향타령에 내심 힘들었다. 오직했으면 노 변호사는 향우회를 찾아다니며 운동을 했을까 싶다. 김 회장은 고향문제로 기자회견까지 했다. 노 대표도 남편따라 와서 자식놓고 살았다며 제 2의고향임을 부각시킬 정도로 이들에게 고향정서는 큰 걸림돌이었다.

언제까지 포항은 이런 고향타령의 소모전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안타깝다. 고향사람만을 고집하면서 글로벌을 외친다. 정치만큼은 지역정서를 외치는 이중적인 행태가 아쉽다. 심 당선자처럼 고향은 아니지만 고향이상의 애정으로 다가선다면 외면할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고향이라면서 선거때만 되면 찾아오는 그런 고향사랑은 의미 없다. 성공을 위해서 어쩔수 없었다는 것도 변명이다. 교통편이 얼마나 좋아졌는가. 과거처럼 포항을 찾는 것이 연례행사처럼 돼서는 곤란하다. 총선은 끝났지만 봄날은 가고 있다. 꽃구경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당선된 후보나 낙선한 후보 모두 여유를 갖고 주위를 돌와봤으면 어떨까 싶다. 그것도 어렵다면 후보들과 꽃구경 갈 시간이 없는 독자여러분 모두 모처럼 김춘수님의 `꽃 `한번 감상하시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빛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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