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마실가기, 다듬이 방망이질, 물지게 지기, 전통혼례…
이 변화는 물리적인 외형의 변화가 아니라 세계인들이 함께 보존하고 지켜가야 할 하회마을 주민들에 의한 내실의 변화다.
하회마을은 1999년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의 방문과 부시 전 미국대통령(父子)의 방문에 이어 2010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많은 방문객들이 찾고 있지만 명성에 비해 관광객들이 기대하고 있는 문화욕구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마을민속 기·예능 우수자 28명 전통 맥 계승연말까지 매월 한차례 세계유산 특강도 열어
또한 주민들은 하회마을의 가치와 전통을 올곧게 드러내고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상업적인 영리 추구에 더 급급했다. 이러한 실상은 하회마을의 소중한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안동시는 하회마을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올곧게 이어가기 위한 전통생활문화를 재연하고 적극 활용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마을주민들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시는 변화의 물꼬를 위해 지난해 말 문화재청과 함께 `민속마을 마을장인`제도를 도입하고 민속마을의 전통을 후대에 전승키 위해서는 조상 대대로 지켜 온 마을민속의 기·예능 우수자를 `마을장인`으로 지정해 자긍심과 의무감을 심어 주고 있다.
이 제도는 우리나라 전통 민속마을의 바람직한 전승방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하회마을은 나룻배장을 비롯한 생활문화 전반에 걸친 12개 종목 28명의 마을장인을 지정하는 등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또 지난 3월부터는 마을주민들의 변화를 유도하고 역량강화를 위해 `세계유산 특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세계유산 특강은 3월부터 12월까지 매월 한차례 개최해 주민들과 함께 공동관심사에 대한 전문가들의 강의와 토론으로 진행된다. 지금까지 민속마을의 보존관리가 관주도의 원형보존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제는 마을주민 스스로 어떻게 우리 마을을 보존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해결책을 모색한다.
지난 주말 하회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느끼는 최고의 변화는 예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생동감이었다. 도포에 갓을 쓴 마을 어르신이 마실가기를 재연하며 관광객과 포즈도 취해주고 마을의 옛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또 초가삼간에서 울려나오는 다듬질하는 소리는 멀리서부터 향수를 자극하며 발길을 이끌었고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서툰 솜씨로 물을 뒤집어쓰기도 하는 등 물지게를 지고 물을 깃는 모습은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하회마을의 이러한 변화는 관광객의 수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첫째 주말(2~3일) 마을을 찾은 관광객은 5천900명이었다.
그러나 지난 주말(7~8일) 하회마을을 찾은 관광객은 모두 8천500명으로 50% 가까이 급증했다.
안동시 문화예술과장은 “우리 선조들의 삶의 모습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은 하회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하회마을의 `살아 있는 유산적` 가치를 온전하게 보여주고 이어가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세계유산 하회마을의 전통생활문화 프로그램은 큰 성장과 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유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