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특채 등 이유 현직 이사장 첫 중도하차
1983년 9월 전국 최초로 서울 시설관리공단 등 77개 공단이 설립된 이래 현직 이사장이 임기가 남은 상태에서 중도하차한 초유의 사태다.
이 이사장은 그동안 자신의 친인척 특별채용과 업무직 전환, 무리한 무기 계약직 전환 시도,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등 각종 인사 관련으로 경찰 수사와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중이다.
본지 보도가 이어지자 앞서 2일 오후 공단 산하 7명의 간부들은 일제히 공단 미래를 위한 이사장의 대의적인 결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스스로 사퇴할 것을 종용했다.
그동안 이사장의 독단적인 공단 운영과 부당한 지시, 소통 부재 등으로 법적 책임 외 도덕성 결여와 논란의 대상이 돼 더 이상 상관으로 대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이들은 이사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4일부터 피켓시위 등 300여 전 직원·가족들이 함께 농성에 들어 갈 예정이었다.
◇이사장 사태로 분주한 안동시
오는 12월까지 임기가 남은 상태에서 사상 초유의 이사장 사직서 제출 사태를 맞은 안동시는 법률적 검토에 들어가는 한편 새 이사장 선임 절차에 착수하는 등 분주해 졌다.
그러나 안동시는 이사장의 비위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와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사직서 수리를 보류한 상태다. 지방공기업법 제83조 벌칙 적용 시 공무원 의제에 따라 공사와 공단의 임원 및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원은 일부 형법의 규정을 적용, 공무원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동시는 3일 오후 대구지검 안동지청과 안동경찰서에 의원면직 제한 사유 대상이 되는지 조회를 각각 의뢰했다. 이사장 직무 대행체제로 돌입한 안동시는 검찰과 경찰 등 사법기관에서 의원면직 제한 사유에 대한 통보 결과가 오면 사직서를 즉각 수리하기로 했다.
안동시는 빠른 시일 내 공모를 거쳐 새 이사장을 임명하는 절차를 밟고 그동안 본지 등 언론에 지적됐던 각종 문제점을 개선하는 등 공단 정상화에 매진할 방침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안동시가 공석이 된 공단 문제로 어수선하다. 이승한 이사장은 3일 오전 8시30분께 시장실 옆 대기실에 미리 대기하고 있었지만 수 분후 출근한 권영세 안동시장은 눈길도 주지 않고 곧바로 집무실로 향했다”고 말했다. 이어 “잠시 후 시장은 이사장을 불러 사직서를 제출받았으며 이번 사태에 대해 연신 죄송하다는 이사장의 말에도 말을 아끼는 등 함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께 이승한 이사장은 책 등 개인 소장품 등을 보자기 3개에 나눠 담아 이임식도 없이 공단을 떠났다고 공단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 “사직서 제출·수사 별개”
공단 이사장의 사직서 제출과 관련, 경찰은 친인척 특별채용과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등 각종 의혹에 대해 기존에 진행 중인 수사와는 별개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특히 경찰은 이사장 외에도 불법과 관련된 모든 이들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혀 관계자들의 대규모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일 경찰은 공단으로부터 직원채용 관련서류, 업무추진비 내역서가 담긴 14개의 문서보존 박스를 확보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안동경찰서 서병철 수사과장은 “이사장 사직서 제출과 수사는 별개 문제다. 기획수사팀을 구성해 특채 등 공단 비위 의혹을 둘러싼 모든 상황에 대해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다” 며 “금품수수나 각종 비위사실 등 수사결과에 따라 계좌추적은 물론 실무자나 당사자 모두 소환 조사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안동/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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