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베리어프리 운동을 시작하자

등록일 2012-03-30 21:09 게재일 2012-03-30 23면
스크랩버튼

지난해 말 개봉된 영화 `도가니`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소설가 공지영의 논픽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 도가니는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의 관심을 증폭시켜 수년이 지났지만 해당 인화학교가 폐교되고 관련자가 다시 구속되는 등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다.

하지만 이렇듯 장애인의 인권을 다룬 영화였지만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장애인을 배려한 영화로 제작되지는 못했다. 얼마전 장애인관련 단체는 이 도가니 영화가 청각과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며 영화사 앞에서 항의시위하는 소동까지 있었다.

즉 베리어프리 영화(시각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해 음성과 자막을 넣음)가 아니었다며 시위까지 한 것이다. 베리어프리(barrier free)는 1974년 국제연합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에 관한 보고서가 나오면서 건축학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다. 이후 일본·스웨덴·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휠체어를 탄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일반인과 다름없이 편하게 살 수 있게 하자는 뜻에서 주택이나 공공시설을 지을 때 문턱을 없애자는 운동이 전개되면서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의미가 확대돼 오늘날에는 건축이나 도로·공공시설 등과 같은 물리적 배리어프리뿐 아니라 자격·시험 등을 제한하는 제도와 법률의 장벽을 비롯해 각종 차별과 편견, 나아가 장애인이나 노인에 대해 사회가 가지는 마음의 벽까지 허물자는 운동의 의미로 확대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현실은 어떤가.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제대로 된 베리어프리가 없다.

당장 저상버스 보급률만 보더라도 그렇다. 정부는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해 지난해까지 전국의 저상버스 의무도입 목표를 22.2%로 설정했으나, 실제 도입 비율은 10%에 그쳤다.

대구만 보더라도 올 2월말 현재 1천561대 버스중 저상버스는 146대에 그쳐 9.3%로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교육청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재 대구에는 8개, 경북에는 7개의 특수학교가 있고 학생수는 2천900여명에 이른다. 과거보다 이들 학교들의 시설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선진국과 비교해 장애학생들이 썩 만족한 시설로 생활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한 장애학생 학부모는 “장애아동의 부모가 되어보지 않으면 그 심정을 모른다. 공공장소 등에 한번 갈 때면 몇 시간이 걸리는 것은 기본이고, 죄 지은 사람처럼 정상인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서글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요즘 선거로 한참 시끄럽다. 선량이 되기 위해 수천명의 사람들이 나름 자신을 내세우고 수많은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그 잘난 사람들의 공약 어디에도 장애인을 배려한 베리어프리 공약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우리 모두는 예비 장애자들이다. 실제 장애인의 약 80%는 질병이나 예기치 않은 사고 등으로 인한 후천적 장애인이다. 우리가 언제 어느 시점에 장애가 될 지 아무도 모른다.

지난주 우리나라 베리어프리 영화 `달팽이의 별`이 개봉됐다. 베리어프리 영화로는 얼마 전 개봉돼 선전한 `블라인드`에 이어 두 번째다.

시청각 중복 장애인 조영찬씨와 척추장애인 김순호씨 부부의 힘겹지만 아름다운 삶을 담은 영화다. 이승준 감독의 이 영화는 지난해 11월 암스테르담 국제다큐영화제에서 아시아권에선 처음으로 대상을 받았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총리실 직원들과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봤다.

이 영화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베리어프리 운동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이번 선거에서 당리당략을 위해 말을 헌신짝처럼 바꾸는 사람이 아닌 진정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사람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데스크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