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양상은 필자가 대학에 다니던 1980년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북한 문제는 항상 여권에게는 득의의 영역이었고 야권에게는 잘해야 본전인 문제였다.
그럼 북한 정권은 어떤 심산일까? 북한은 1980년대에 남한 민주화 운운했고, 지금은 현 정부를 반민족적인 정부라 선전하고 있다. 얼핏 보면 이런 북한 논리는 남쪽의 야당 세력을 지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북한 정권의 선전에는 함정이 있다. 과연 그들은 지금의 야당이 집권하기를 원할까? 그럴지도 모른다. 햇볕정책이나 각종 교류정책의 이득에 맛을 들인 북한 정권으로서는 지금 야당이 집권한다고 해서 그렇게 나쁠 게 없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돈은 될 것이다. 그 돈이 평화를 위한 대가인지, 퍼주기인지는 여기서는 일단 따지지 말자.
하지만 한국에서 야당이 새로 집권해서 햇볕정책이나 교류정책을 들고 나온다고 해서 북한정권이 이를 아무 생각 없이 환영할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다. 이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이루어지게 마련인 개방은 그들의 정권 안보를 위협한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 정권 안보다. 이를 위협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들은 절대로 개방을 향해 나서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들이 원하는 개방은 자신들의 권력이 유지되는 개방, 이 유지를 위한 비용을 마련해 주는 개방일 뿐이다.
지금 그들은 한국의 현 정부와 대결 자세를 취하면서 그들은 특권, 패권 세력이 정권 안보를 열심히 공고하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핵은 과연 무엇에 쓰려고 그렇게 고집하고, 인공위성인지 미사일인지는 왜 그렇게 열심히 쏘아올리려 하는가? 인민은 굶어죽어도 이런 짓들을 해야 하는 그들의 의식 저층에는 이런 것들이 있어야 정권이 지켜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또 이런 짓을 매개로 정치권력과 군부권력이 결탁해서 서로 이득을 보고 떡고물을 챙길 것이다.
그러니까 어느 면에서는 이번 선거든 다음 대통령 선거든 한국에서 야당이 꼭 이기지 않아도 되고 그렇다고 해서 인민 전체가 아닌 그들이 굶어죽는 문제가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선거 때마다 북한은 차라리 정부나 여당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일은 많이 벌여왔다. 잊을 만하면 테러를 저지르거나 군사적 긴장을 유발해서 이쪽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번 선거에서 북한 문제는 그렇게 큰 이슈가 되는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또 북한 권력이 무슨 짓을 벌일지 알 수 없고, 현 정부와 여당이 북한을 봉쇄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북정책인 것처럼 오불관언하고, 현 야권 쪽에 북한 독재 정권을 현상태로 용인하면서 그들을 믿을 만한 협상 대상자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북한 문제는 언제든지 중대 이슈로 돌변할 수 있다.
북쪽에서는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고 잡혀가고 있다. 이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이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학하는 사람은 더욱 그렇고 정치하는 사람도, 시민도 이 동정과 연민에 기초하지 않고는 북한 문제를 진정으로 풀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결국 세습을 이어가는 북한 현 정권에 있다. 이 야만적인 정권을 그대로 용인하면서 이들을 신뢰할 만한 협상 대상자로 보는 `통일운동`의 주창자들을 필자는 믿을 수 없다. 정부의 정책에는 타협도 필요하겠지만 사회운동, 시민운동을 한다는 사람들,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무슨 전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