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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앞서는 정치 그만

등록일 2012-03-22 21:42 게재일 2012-03-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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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필자는 오늘 아침 진보통합당의 이정희 의원 측에서 범야권 연대를 위한 여론조사 경선을 치르면서 부정한 일을 벌였다는 뉴스를 들었다. 모 신문에 아는 여성 기자분이 있어 전화를 걸어보았다. 이분이 문화부로 오시기 전에 정치 분야에서 취재를 했었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김근태 의원과 친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대뜸 통합진보당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짐짓 무관심한 것처럼 경선을 다시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한다. 그래 필자가 재경선 갖고는 어림도 없다고 했더니 무슨 얘기냐고 되묻는다. 무조건 사퇴하는 수밖에 답이 없다고 했더니 그때서야 자기 본심을 드러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기는 보수 집단은 원칙도 없고 오로지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고, 진보 쪽에는 그래도 원칙이나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의식이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세상 움직이는 것을 보면 원칙이나 절차 같은 것은 안중에 없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목적을 이루기에 급급한 것은 진보도 더하면 더했지 못할 것이 없더라는 것이었다.

어느 쪽이나 양식 있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 자체를 중시하고 원칙과 절차를 지켜가며 일을 해나가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종종, 아니 자꾸만 이득을 보기 때문에 원리 원칙을 따르는 사람들이 좌절하고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필자는 지금 민주통합당과 진보통합당이 상당한 접근을 이루어 야권 연대를 창출하는 것을 중요한 사건으로 눈여겨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 두 개의 커다란 흐름 아래 잠복되어 있는 야권 주류 세력의 능력에 대해 상당히 회의하고 있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 때 FTA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또 이때 전국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고, 빈부격차가 나날이 심화되었으며, 그로 인해 서민들이 박탈감에 사로잡혔다.

지금 정부는 부유층 위주의 조세정책을 시행하고, FTA를 밀어붙이고,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서두르고, 4대강 사업을 완결 지으려 하면서 국민들의 반감에 직면해 있다. 그 상당 부분은 현 정부가 말하고 있듯이 자기가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노무현 정부의 실권파들이 시작한 일이다.

필자는 지금 민주통합당과 진보통합당이 이렇게 쉽게 접근을 이룰 수 있었던 데는 양쪽 모두에 과거의 `친노` 그룹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분들이 접착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분들은 북한 세습 정권을 상대로 인권 상태 개선을 요구하는 방법도 모르고,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를 세련되게 조정하는 법도 모른다. 그것은 지금 정부도 마찬가지여서 북한을 봉쇄하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는 형편이다. 과연 현 야권이 이 상태로 재집권해서 우리 사회의 난제들과 남북한 문제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이정희 의원의 경선 부정 문제는 선거 때 생겨날 수 있는 많은 일들 가운데 하나일 뿐일까? `친노` 그룹은 이미 집권을 해본 분들이다. 집권을 해 본 경험은 능력을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안이함과 둔감함에 빠지도록 하기도 한다.

필자는 현 야권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명숙 대표부터 책임져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야권 전체가 다시 수렁에 빠질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야권이 아무런 원칙 없이 이해관계에 따라 공천을 나누어 갖는 장면을 많이 보았다. 이 안이함과 둔감함을 벗어던지지 않고는 작년 여름부터 야권에 주어진 기회는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 이것은 현 여권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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