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시각장애라는 이유만으로 기본권을 제한한다면 우리 사회에 주어진 숙제는 너무 많을 것 같다. 장애인차별이라는 말이 언제 사라질 수 있을까?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차츰차츰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1급 시각장애인이 목욕탕을 이용할 경우 자주 이용하는 목욕탕이라면 위치가 숙지되어 있어서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이용하는 장소에서는 혼자서 자유롭게 위치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 사고 날 위험이 많다고 해 편협한 사고로 단정해 버리고 거부하는 것보다는 그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조금만 도와준다면 처음 가는 목욕탕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시각장애를 가졌다는 이유 하나로 그 사람의 생활반경을 제한하는 일들이 많다.
이러한 일들도 속상하고 서러운데 법의 잣대마저 모두가 수긍할 수 없다면 올바른 판결이 내려졌다고 볼 수 없다.
대한민국 최초로 1급 시각장애인이 판사로 임용되어 이 사회의 주위를 끌고 있을 때 과연 다른 이들은 무엇을 했나. 한 사람의 영웅을 만들기에 앞서 주위에 고통받는 이들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 고통을 당해보지 않고서는 서로를 이해한다거나 명확한 답을 찾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법보다는 먼저 인지되어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와 존엄이 앞서야 할 것이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다면 우리 사회는 건강한 사회라 볼 수 없다. 가진 자이든 그렇지 않는 자이든, 장애인이든 비장애이든. 장애인이라 해 무능하고 부족하고 모자란다는 생각이 앞선다면 대한민국의 내일은 캄캄할 것이다.
개인의 능력과 노력은 분명히 다를 수 있지만 그것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단순하게 판결하고 낙인찍는다면 성취하려는 노력도 줄어들 것이다. 5천만이 누릴 수 있는 인간의 존엄가치를 억울하게 피해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 시대의 과제임에 틀림없다. 세상사는 환경이 끼리끼리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부터 시작한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짐으로써 억울하게 피해당하는 일이 없도록 촉박함이 아닌 한번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모두 힘내서 한국에 사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함께 노력해 보자. 단 한 명의 낙오자가 없는 그날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