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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 고리원전 정전 사태

등록일 2012-03-15 21:37 게재일 2012-03-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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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지난 주에도 썼지만 서울은 총선거를 앞두고 어수선하다. 다들 선거 때문에 어떤 이슈든 선거로 연결시키고 결과적으로 선거가 모든 이슈를 집어먹다시피 하는 `시즌`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필자는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지난 달 9일 오후 8시34분경에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전원공급이 12분이나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보호계전기라는 시설을 시험하는 중에 외부 전원 공급이 중단되고 비상용 디젤 발전기조차 작동되지 않는 상태가 12분간이나 지속되었다고 했다.

이런 전원 공급 정지 상태가 어떤 파멸적인 결과로 연결되는가를 우리는 바로 이웃나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통해 경험한 바 있다. 핵연료봉이 계속 열을 내는 가운데 이를 식혀줄 냉각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게 되면, 원자로 노심부의 핵연료봉이 녹아 내리는 `멜트 다운`인가 하는 사태가 초래되고 이는 곧 방사능 누출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낳게 된다.

현재 일본 후쿠시마 사태는 사고 발전소 반경 30km 이내에는 사람들이 출입할 수 없도록 하는 쪽으로 전개되어 있는 상태지만 이 조치가 안전을 위해 충분한 조치인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다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반경 40km이내는 “죽음의 땅”이 되었다고도 하고,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미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반경 80km 바깥으로 나갈 것을 권고했다고도 한다.

만약 고리 원자력 발전소에서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이 발전소의 반경 30km 내에는 약 320만의 인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 또 한 칼럼에 따르면 고리 발전소 20km 안에는 부산이 있고, 울산이 23.75km로 30km 안에 있으며, 경주가 58.14km 떨어져 있다고 한다.

이것은 고리원자력 발전소의 경우이고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생각해 보면 30km 이내에 경주 대부분이 잡히는 것은 물론 포항과 울산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는 글도 인터넷에서는 발견된다. 물론 이것도 일본과 유사한 상황을 전제로 삼았을 때일 것이다.

고리원자력발전소의 설계 수명은 원래 30년인데 지금 이 정년 기간을 다 채우고 다시 10년을 더 가동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필자는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바로 그런 상태에서 지난 번 사태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은 원자력발전소의 설계모델이 한국에 비해 더 낙후한 것이었다고는 해도 안전에 대한 의식은 우리에 비해 월등히 높은 나라다. 우리나라에서 일본이 겪었던 것과 같은 지진이나 원자력발전소 사태가 발생한다면 그 파괴력이 일본에서 벌어진 것보다 훨씬 심각할 것임은 물론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 때문에 속절없이 희생되는 인명들의 소식을 접해왔다. 대구지하철 참사 같은 것은 그 시발점은 한 사람의 잘못된 생각에서 빚어진 것이었지만 안전시설 미흡으로 인해 대량 참극을 빚은 사건이었다.

이번 사건이 그냥 일과성으로 간과된 채 무시되지 않았으면 한다. 고리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측에서는 이 사건을 제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한국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태 같은 것이 발생해서 반경 30km 또는 80km 이내에 사람이 출입할 수 없게 된다고 하자. 먹거리들에서 방사능 관련 물질이 검출되고 수돗물조차 제대로 안심하고 먹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다고 하자.

앞에서도 썼듯이 서울은 총선 때문에 이런 사건쯤은 문제도 안 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이 근방에서 살고 계신 분들이 무서움을 느끼고 이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 과연 이렇게 계속 운행해도 되는지,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지 묻고 관찰, 감시해야 한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국토가 작은 나라다. 이 나라의 자연과 소중한 인명을 위해 힘을 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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