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노 “공무원 사조직화 위한 살생부<br>”서중현씨 “총선에 영향 주려는 음해다”
서중현 전 대구시 서구청장이 선거에 대비해 직원들을 성향에 따라 분류해 인사했다는 문서가 발견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서구지부(지부장 안현재)는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서 전 구청장측 관계자가 작성한 `구 안정과 발전을 위한 체제정비`문건을 공개했다.
첫머리에 `다음 선거에 대비코자 함`이라고 적힌 46쪽의 문서에는 서구청 공무원 232명의 대인관계와 업무능력 등 개인 성향과 관련 정보가 적혀 있다.
이 문서는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해 9월 사퇴한 서 전 구청장의 방을 정리하던 중 발견됐다.
노조관계자는 “이번 문건은 지난 8일 입수했으며, 정확한 작성자는 추정할 뿐 아직 특정되지는 않았다”며 “서 전 구청장이 2008년 6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 첫 인사발령을 낸 8월 사이에 작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문건은 서 전 청장이 차기 재선을 위한 인사평가 자료로 활용돼, 이를 토대로 직원을 사조직화해 줄세우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 문건에는 `구정 안정과 책임행정을 실천하는 친정체제로 정비함으로써, 다음선거에 대비코자 함`이라고 문건작성 배경을 밝히고 있어 이를 뒷받침했다.
이 문건은 공무원의 개인별 성향을 분석해 정당, 선관위, 사법기관 등 정보 수집이 용이한 자를 구청 핵심부서장에 배치하고, 동장을 잔류자 6명, 보조가 필요한 자 4명, 제외자 7명으로 분류했고 사무관으로 승진시킨 후 추가배치 대상자를 명시했다.
또 사무관 35명, 6급 담당 115명에 대해 개인별로 평가하고, 7급 일반 행정직 82명에 대하여는 `필요한 자`, `향후 필요한 자`, `불필요한 자` 등으로 구분했으며 `핵심요원`, `특정 사조직 관련자(`회원가입`으로 표시)` 등으로 표시했다.
실제 문건에서 승진인사로 분류돼 동장으로 배치계획이 잡힌 3명은 지난 2008년 11월 모두 승진해 동장으로 발령받았다.
또 `선거 1년전 배치완료`라고 명기된 동장 17명은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대비해 인사배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현재 서구 지부장은 “서 전 구청장은 공무원을 구청장의 선거에 동원하기 위해 개인을 자의적으로 분류하고, 이를 근거로 인사전횡을 한 횡포를 보였다”며 “이는 명백한 살생부로 이번 문건을 감사기관에 수사의뢰해 공직자가 선거의 도구로 이용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서중현 전 구청장은 “이런 문건을 만든 적도 없고 만들 이유도 없다”며 “선거를 얼마 남겨놓고 있지 않은 시점에 이런 일이 터진 것은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경쟁 후보측의 음모이자 음해”라고 말했다.
장태수 서구의원은 “선출직 단체장인 정치인들이 다음 선거를 위해 공무원에게 인사와 관련한 특혜를 주면서 공직사회를 사조직으로 만드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라며 “단체장이나 특정 세력에 의한 인사 농단을 막기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