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의 주요사업을 경제사업과 금융사업으로 분리해 각각의 지주회사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농협의 사업구조개편이 지난 2일 시행됐다. 농협의 사업구조개편은 중소기업금융 기능을 떼어내고 농업은행을 통합한 1961년 이후 51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번 구조개편은 금융부문에서 돈을 벌어 농업인을 지원하고 경제지주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즉 농협이 현재 영위하는 각 사업을 인정하고 성장을 유도해 그 혜택을 농업인에게 되돌려 주고자하는 것이다.
이번 사업구조개편으로 농협금융지주는 신설되는 농협은행, 농협생명보험, 농협손해보험 등을 묶어 국제 수준의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 변모한다는 계획이고 그간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농협경제지주도 자회사의 편입, 중앙회의 경제사업 이관 등으로 농축산물의 유통 계열화를 추진해 조합 출하물량의 50% 이상을 책임지고 판매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중앙회는 두 지주회사를 관리하면서 회원조합 상호금융의 구심체로서의 역할과 농업인에 대한 지원 사업을 직접 수행한다.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현재의 농협규모를 감안할 때 관련 산업의 구조조정을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업계 4위인 농협생명보험과 업계 9위인 농협손해보험 등은 전국 읍면 단위까지 진출해 있는 농축협 단위조합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경제지주에 속한 소매유통 점유율 4위인 하나로마트도 여타 대형마트 수준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어서 업체간 경쟁이 불가피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산업내 경쟁 관계가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행여나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골목상권의 붕괴가 가속화되지나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또다른 문제는 한미FTA가 이달 15일부터 정식 발효되는 등 정부가 대외개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 농업인의 어려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농협이 다양한 노력을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 `농업인의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강기우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