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70대 할머니 돌본 요양보호사 알고보니 5천만원 귀금속 훔친 범인
P할머니(71)는 최근 배신감에 큰 충격을 받았다. 3년 동안 자신을 돌봐주던 요양보호사가 30여년 동안 모은 5천만원 어치의 귀금속을 쥐도 새도 모르게 훔쳤기 때문이다.
P할머니는 귀금속을 잃어버린 상실감보다 딸 같은 요양보호사에게 배신을 당한 것이 더 슬프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일 낮. 집 부엌 옆 진열대에 보관 중이던 플라스틱 통을 확인한 P할머니는 깜짝 놀랐다. 금목걸이 등 귀금속 135돈과 다이아 반지 3개가 들어 있어야 할 플라스틱 통이 텅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P할머니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할머니 주변을 중심으로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귀금속이 숨겨져 있던 곳에는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평소 P할머니의 동선과 주변 인물 등을 확인했다.
평소 P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주로 집에서 생활을 했다. 집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일 가능성이 컸고 용의자는 할머니를 제외한 가족으로 좁혀졌다. 그런데 집안에 귀금속이 있다는 사실은 할머니와 외지에 사는 아들밖에 없는 상황.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3년 전부터 요양보호사가 일주일에 2~3회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은 요양보호사 Y씨를 파출소로 출석시켰다. “무슨 말을 하는지 나는 모르겠다”며 발뺌하던 Y씨는 경찰 조사가 시작된 지 4시간여만에 결국 범행을 자백했다. 오래된 사이다 보니 Y씨는 평소 P할머니의 집안일까지 도왔다.
그런데 자녀 학비 등으로 생활고를 겪어오던 Y씨는 할머니가 귀금속을 따로 모아 둔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해 8월 초 귀금속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Y씨는 훔친 귀금속 중 금은 여동생이 사는 강릉의 한 금은방에, 다이아반지는 포항의 한 귀금속 거래소에 팔아넘겼다. Y씨는 범행을 저지르고도 최근 6개월여 동안 Y할머니를 돌보기까지 했다.
경찰은 7일 절도 혐의로 Y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서 Y씨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며 P할머니에게 사죄의 눈물을 흘렸다.
경찰관계자는 “Y씨는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며 P할머니에게 용서를 구했지만 할머니는 이를 외면할 수 밖에 없었다”며 “3년 동안 친딸처럼 지냈던 요양보호사가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남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