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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교통사고 후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 되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2-24 22:02 게재일 2012-02-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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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보이` 문학동네 펴냄, 김연주 지음, 322쪽, 1만2천원
▲ 장편 소설 `원더보이`를 펴낸 김연수 작가.

“나는 글을 쓰게 되어 있다, 그렇게 살게 되어 있는 사람이다”

`김연수`라는 소설가에게 이제 다른 수식어는 불필요해 보인다. 그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글을 쓰게 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살게 되어 있는” 소설가 김연수가 `밤은 노래한다`(2008) 이후 사 년 만에 새 장편소설을 선보인다. 2008년 봄부터 2009년 여름까지, 청소년문예지 `풋,`에 총 4회를 연재했던 `원더보이`가 연재를 중단한 지 꼭 3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 것. 등단한 지 만 19년, 일곱번째 장편소설, 열한 권째 소설책, 열다섯 권째 단행본. 그사이에 2009년 봄부터 겨울까지 계간 `창작과비평`에 `바다 쪽으로 세 걸음`1부를 연재한 바 있고, 2011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계간 `자음과모음`에 장편소설 `희재`를 연재하고 있으니, 다른 속뜻을 헤아리지 않아도 이미 그는 `글을 쓰면서 살게 되어 있는 사람`이 분명한 듯하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것`을, `무엇`을 쓰는 사람일까.

“세계의 모든 것은 오직 변할 뿐이다. 나도 변했고 세계도 변했다. 모든 것은 변했지만, 이 세계가 좀더 살아가기 좋은 곳으로 바뀌어야만 한다는 사실만은 변할 수 없다. 오직 그 이유로 세계는 변한다”

`원더보이`는 1984년, 열다섯 살 소년의 이야기다. 정훈은 트럭에서 과일을 파는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정훈이 본 마지막 아버지의 얼굴은 우주비행사처럼 밤거리의 불빛들을 향해 나아가던 그 옆모습이 된다.

사고 후, 아버지는 “애국애족의 마음으로” 남파간첩의 차량을 향해 뛰어든 애국지사가 되어 있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대통령 각하 내외분을 비롯한 각계각층 모든 국민들의 간절한 기원에 힘입어” 일주일 만에 깨어난 정훈에겐 사람들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이 생긴다. 이제 정훈에게는 그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원더보이`는 성장소설이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 세계의 모든 것들이 그렇게 되기로 한 것처럼 스스로 그렇게 되리라는 사실을 그저 믿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대부분의 어른들도 아직 모르는 일이니까.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알게 된다. 우주에 이토록 많은 별이 있는데도 우리의 밤이 이다지도 어두운 것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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