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여교사가 밝힌 포항의 한 중학교 폭력 실태

이혜영기자
등록일 2012-02-24 22:02 게재일 2012-02-24 6면
스크랩버튼
 처벌 가볍다고 욕설 다반사… 교실서 눈물만  “경찰조사로 불이익 없었으면…” 아이들 걱정
“떠올리기도 싫어요”

제자들이 무더기로 경찰 조사를 받은 중학교의 여교사 A씨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A씨는 경찰조사결과 수시로 학생들로부터 욕을 듣고 무시를 당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이 자기 기분에 따라 수업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많았고 심한 욕설을 하고는 화장실이나 교실 안으로 도망가 버리기 일쑤였다고 했다. 계속해서 주의를 줬지만 학생들의 행동은 계속됐다는 것이다.

A씨는 점점 지쳐갔고 여자 학교로 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동료 교사와 의논을 하고 교무실에서 자주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생활지도 부장 선생님 등 다른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해 등교 정지를 내렸지만 학생은 오히려 수업을 받지않자 이를 즐기기까지 했다.

A씨뿐만 아니라 이 학교에 근무하는 다른 여교사들도 상황은 같았다. 여교사의 하소연에 학교에서는 수업결손을 최대한 줄이는 차원에서 해당 학생에게 점심시간과 방과 후, 하교 시간에 교내 청소와 공부를 시켰다.

병원 등 5~6개의 기관에서 사회봉사를 시키고 복지회관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에 참가시키거나 등교정지를 내려 과목마다 과제를 주고 부모님에게 검사를 받게 했다.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해당 학생에 대해 회의를 하고 학부모와의 멘토 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고 폭력과 욕설은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경찰이 포항의 한 종합병원 상담센터로부터 학생폭력 피해사례를 듣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학교에 협조공문을 보내왔고 이에 이들의 집단폭력과 선생님들의 모욕 등이 밝혀졌다.

학생들로부터 자주 욕설을 들었다는 또다른 여교사는 “수업에 들어오지 않거나 수업태도가 불량하다고 말하면 매번 무시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자 교사는 “처벌의 수위가 낮다는 것을 알고 이를 이용하고 여선생님에게 욕설을 하는 학생들 때문에 눈물을 보이는 선생님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38명의 학생이 경찰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여교사들은 “그 당시에는 학생들이 밉고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할지 답답했다”면서도 “학생들이 나중에 불이익을 받거나 어떤 영향을 받을지 몰라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혜영기자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