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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책 읽어 주기의 힘

등록일 2012-02-10 21:28 게재일 2012-02-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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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욱 시인·포항교육청영재교육원 팀장

“당신이 아무리 큰 부자일지라도 그래서 금은보화가 넘쳐날지라도 결코 나보다 부자가 될 수는 없어요. 내겐 책 읽어 주는 어머니가 있으니까요”

스트릭랜드 길리언의 `책 읽어 주는 어머니`에 나오는 구절이다. 책 읽어 주는 어머니를 가졌다는 건 아이에게 정말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흑인 학자이며 하버드에서 강의하고 있는 로날드 페르구손은 `학교 내에서 볼 수 있는 인종 간의 성취도의 차이`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페르구손은 연구 결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진짜 문제는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진 부모 역할의 차이에 있다. 인정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이 실력의 차이를 만드는 근본 원인인 것은 분명하다”

페르구손에 따르면, 흑인 가정에서는 전통적으로 학업을 교사의 몫으로 보는 반면, 백인 가정에서는 부모가 아이의 학업에 좀 더 깊이 개입한다.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학교에 진학하기 훨씬 전에 이미 가정에서 읽기를 포함한 학업 성적의 씨앗이 뿌려진다는 말이다. 부모가 텔레비전보다 책을 가까이하고, 도서관에 아이를 데려가며, 책을 자주 읽어 줄수록 아이의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 모든 조사 자료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을 확인시켜 주는 결과일 뿐이었다.

1979년 `하루 15분, 책 읽어 주기의 힘`을 출간한 짐 트렐리즈에게는 어린 시절 책을 읽어 준 아버지가 있었다. 그때의 느낌과 추억을 아련하게 간직하고 있던 그는 마찬가지로 아버지처럼 자녀에게 매일 밤 책을 읽어 줬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많은 아이들이 책 읽기를 즐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이유가 부모와 교사에게 있음을 깨달은 트렐리즈는 자비로 이 책을 냈다. 그 후 트렐리즈의 책은 스테디셀러에 올랐고, 전 세계의 교실 풍경까지 바꿔 놓았다. 특히, 일본에서는 지금도 2만여 개가 넘는 학교가 매일 아침을 책 읽기로 시작하고 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대해 노심초사하지만 어릴 때부터 침대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사실, 읽기는 모든 학습의 기초요 주춧돌이다. 책 읽기와 학업 성취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수많은 통계가 그것을 뒷받침한다. 읽기가 교육의 중심이고, 읽기가 최우선이다. 읽지 못하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 앞 어느 보습학원에는 이런 현수막이 걸려있다. “모든 공부의 시작은 독서입니다” 언젠가 유심히 보니 수학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이었다. 학원장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읽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은근히 믿음이 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아이의 읽기 능력을 키워줄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어릴 때부터 소리 내어 책을 꾸준히 읽어 주는 것이다. 트렐리즈는 요람에서 10대 중반까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핀란드 아이들은 여덟 살이 되어 글을 배우지만 읽기 능력과 학업성취도는 세계 최고이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핀란드의 많은 가정은 책을 읽는 분위기이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을 매우 강조한다. 또한 조직적인 공공도서관 시스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해, 포항시립 포은도서관에서는 책 읽는 가족 시상식이 있었다.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 거주하는 김은종 씨 가족이 선정됐는데, 연간 대출 권수가 2천636권이다. 김은종 씨 가족을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그들 가족은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책 읽어 주기의 힘을 그리고 책 읽기의 즐거움을.

2012년도 벌써 2월이다. 무엇을 시작하든 아직 늦지 않았다. 잠자리에 든 아이의 머리맡으로 가 책을 읽어주자.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를 실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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