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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나 자신의 도덕성 스스로 알게 하는 안내서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2-02-10 21:28 게재일 2012-02-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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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복에 타인의 희생이 꼭 필요할까` 21세기북스 펴냄,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한윤진 옮김
“선한 삶은 완벽하고 거부할 수 없는 완전한 상태라기보다 더 나은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다.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두려워하며 어디에서도 견뎌내지 못하는 사람은 비겁한 사람이지만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고 무작정 덤비는 사람은 무모한 사람이다. 또 모든 향락을 즐기고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무절제한 사람이며, 거친 농부처럼 모든 즐거움을 거절하는 사람은 무감각한 사람이다.” 인생의 기술은 완전한 도덕적 선을 이룩하기를 바라는 비인간적인 것이 아니라 살면서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자신의 감성을 교육하는 것이다” (179쪽)

착한 사람. 어감은 좋지만 조금 바보 같은 느낌이 든다. 왜? 현재를 주도하는 세계관으로는 `착한 사람`이 그다지 훌륭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은 `성장`을 위해 효율성을 강조하고 `이기주의`를 권장해왔다. `행복`을 `성장`과 동일선상에 놓게 하는 프레임을 만들고, 남을 밟고 올라서야 비로소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해왔다. GDP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 거의 모든 국가에서 GDP로 국가의 성공과 국민의 행복을 측정한다. 하지만 GDP로는 국민의 행복을 논할 수 없다. 이는 단지 경제학의 목표다. GDP는 훌륭한 선생님, 친절한 이웃, 좋은 사회보험, 부의 균등한 분배는 고려하지 않는다. GDP가 올라가면 삶의 질이 올라간다고? 터무니없다. 자연보호구역과 거주지 주변으로 고속도로가 개발될 때도 GDP는 상승한다. 소음 공해, 스트레스, 불만 때문에 수백만 명이 의사나 카운슬러를 방문한다고 해도 GDP는 상승한다. 국가에서 사유 주차공간을 폐지하고 그곳에 차를 세우는 모든 사람에게 돈을 요구할 때도 GDP는 상승한다. 쓰레기 더미가 넘쳐나서 새로운 쓰레기 처리장과 소각로가 필요할 때도 GDP는 상승한다. 하지만 다행히, 사람들은 오로지 `위`만을 쳐다보다가는 디스크가 올 수 있다는 간단한 상식을 깨달은 것 같다. `성장`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독재와 이기주의 사이에서 새로운 가치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성장의 마법에 겁먹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협력` `함께` `동반` 같은 사라져간 가치를 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독일 통일 이후 가장 대중적인 철학가로 평가받고 있는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의 신작 `내 행복에 꼭 타인의 희생이 필요할까(21세기북스)`가 나왔다.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1부 `선과 악`, 2부 `이상과 현실`, 3부 `사회, 그리고 도덕` 순서로 전개된다. 구체적으로 1부에서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처럼 철학이라면 빠질 수 없는 이들의 이름부터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이름에 질렸다고 돌아서지 말기를 당부한다. 그리고 독자 스스로가 나는 착한 사람이고 싶은데 세상은 왜 그렇지 않을까 고민하기 시작할 즈음 2부를 시작한다. 2부에서는 인간의 편협함을 보여주는 다양한 면모를 자세히 소개한다.

3부에서는 드디어 저자의 `주장`이라 생각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회가 병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한 저자는 사회를 회생시키고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 해야 할 고민, 행동, 판단에 대해 이야기한다. 국가 최고 목표를 국민의 행복으로 하는 부탄, 사업가와 경제, 진짜 성공, 시민의식, 도시와 국가의 일, 민주주의의 변화와 공공책임을 되찾는 법 등에 대한 이야기로 타인을 희생양으로 삼지 않고 보다 행복하고 나은 삶을 사는 방법을 안내한다.

저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선과 악에 대해 논하고, 우리의 선택과 실행, 사회의 요구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꺼운 마음으로 글을 좇다보면 이 책을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답이자 스스로 도덕을 발견하게 하는 안내서”라고 소개한 저자의 말처럼 독자는 세상과 자신의 도덕에 대한 사색과 어렴풋한 답 또한 얻게 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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