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남부서 교통사고 조사계 직원들 일심동체CCTV 분석·철강공단 돌아다니며 차량 조사40대 여성 치어 숨지게 한뒤 달아난 범인 잡아
지난 달 25일 오전 7시5분께 포항시 남구 이동 현대오일뱅크 앞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보행자 정모(44·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현장에서 교통사고조사계 뺑소니팀은 숨을 거둔 피해자와 신고자 외에는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주변 CCTV로 눈을 돌렸다. 뺑소니팀은 포항 톨게이트에서 대잠사거리 방면으로 달리던 차량이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사고 지점 주변에 설치된 CCTV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CCTV를 분석한 결과 사고 3일 만에 검정색 국산 스포츠카가 피의 차량으로 지목됐다. 그런데 CCTV 화질이 나빠 차량번호를 알 수는 없었다.
뺑소니팀은 바로 포항시에 등록된 차량을 조회를 해 포항에 같은 차량이 65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팀장을 포함해 인원이 3명에 불과한 뺑소니팀은 교통사고조사계의 협조를 받아 65대의 차주를 일일이 만나 차량 상태와 당일 행적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 중에 범인은 없었다. 뺑소니팀은 그래도 수사를 포기하지 않았다.
범인은 분명 포항철강공단으로 출근하는 사람의 차량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철강공단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사고 차량을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지난 7일 오후 6시 포항신항 주차장에서 사고 차량으로 의심되는 승용차를 발견했다.
이 승용차는 앞유리가 모두 파손됐고 보닛에는 심한 굴곡이 있었다. 누가 봐도 사고 차량임을 알 수 있었다. 뺑소니팀은 바로 차적조회를 했고 차량 소유주가 강모(31)씨라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강씨는 이미 회사를 퇴근한 상태였다. 뺑소니팀은 곧바로 강씨가 사는 북구의 한 시골마을까지 찾아가 4시간 30분 동안 잠복근무 끝에 집으로 귀가하던 강씨를 검거했다.
강씨는 “자수를 하려고 마음먹었지만 겁이 나서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등의 혐의로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최경수 남부서 교통사고조사계 뺑소니팀 팀장은 “억울하게 숨진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꼭 뺑소니범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뺑소니팀뿐만 아니라 교통사고조사계 직원들이 일심동체로 사건을 수사해 범인을 검거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남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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