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
5일 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이 사업은 문중에서 기증받은 일기류 자료를 토대로 사건단위의 이야기로 번역하고 배경해설과 용어풀이 등을 곁들여서 600여 건의 이야기 소재를 만들었다.
이야기 소재 1만여개 제작키로
내일 오후 중앙박물관서 시연회
광해군 숨겨진 첫 아이 등 다양
소재들은 광해군의 숨겨진 아이와 청탁을 하는 양반, 살인사건으로 비하된 말 도둑 사건, 외교 사신의 공식 만찬에서 음식을 도둑맞은 사건 등 역사 사건을 재구성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창작자들의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모두 DB형식의 디지털 콘텐츠로 가공돼 인터넷으로 서비스 되며 국학진흥원은 앞으로 1만여개의 이야기 소재를 만들 계획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그동안 성과와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오는 7일 오후 2시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완료 보고 및 시연회를 개최한다.
자리에는 KBS역사스페셜의 장영주 PD의 `전통관련 다큐멘터리 제작에서 전통문화콘텐츠 소재뱅크의 역할`에 대한 주제발표와 `성균관 스캔들`, `해를 품은 달`의 원작 출판사인 파란미디어의 이문영 주간이 이 콘텐츠의 발전 가능성과 활용방안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국학진흥원 관계자는 “현장 전문가들의 스토리뱅크 구축 작업들이 양적·질적 발전 단계를 거치게 되면, 내용적으로 깊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 제작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특히 단 한 줄의 역사적 기록만으로도 20부작이 넘는 드라마를 창작하는 창작자들에게 이와 같은 소재가 제공된다면 세계적인 `한국판 해리포터`의 탄생도 멀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소개한 문중에서 기증받은 일기 자료 변역본의 일부
사례1= 파란만장한 인생 살았던 광해군.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광해군의 한 아이가 임진왜란의 발발 보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탄생했다. 1592년 5월12일, 급박하게 세자 책봉을 받고 전쟁을 수습하기 위해 선조의 본조(本朝)로부터 분리된 분조(分朝)에서 야심한 밤 빈궁이 해산한 것. 공식적인 역사 기록의 광해군 첫 왕자 탄생 기록보다 4년이나 빠르다. 하지만 이후 이 아이가 왕자인지, 공주인지로 밝혀지지 않았을 뿐만아니라 모든 기록에서 실종됐다. 전쟁통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하나의 기록으로 작가들은 수 많은 창작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사례2= 말도둑과 그 말도둑을 잡는 과정에서 말도둑을 죽인 자, 누구의 잘못이 클까. 여기에 현감과 말도둑을 죽인 노비들 주인의 당색이 달랐다면 사건은 어떻게 진행될까.
1616년 7월11일 경북 예안에 살았던 김택룡이 겪은 사건이다. 말을 도둑맞아서 종들로 하여금 말도둑을 잡게 했는데 이 과정에서 말도둑이 활에 맞아 죽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말 도둑 사건이 졸지에 살인사건으로 비화되었고, 이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김택룡은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겪는다. 여기에서는 조선시대 형사사건의 진행과정, 수령의 법집행과 그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사례3= 외교 사신들을 대접하는 식당에 음식을 식당 종업원들이 훔쳐서 가지고 간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1599년 10월25일 사행단의 서장관으로 북경에 갔던 조익이 겪은 사건이다. 엄숙하게 명나라 황제에게 표문을 올리는 예식을 거행하고 난 뒤 명나라 예부에서 관장한 만찬장인데도 불구하고 황당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명나라 말 조정의 기강이 무너진 것을 한 눈에 보게 하는 웃지 못할 기록이다.
/권광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