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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냐, 문재인이냐, 박근혜냐

등록일 2012-02-02 21:54 게재일 2012-02-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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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최근 몇 달 일을 생각하면 사람들이 부를 어떻게 나눠야 하느냐는 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고민들을 하는 것 같다.

뭣보다 촉발 지점은 무상급식 문제였다. 아이들한테 가진 사람 안 가진 사람 가리지 않고 다 밥을 먹여준다. 이거 빨갱이 선전 아니냐? 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고, 서울 시민들 의견이 이리저리 나뉜 듯했다.

오세훈 전 시장의 문제제기가 사람들한테 어느 정도 먹혀드는 것 같은 어떤 시점에 갑자기 안철수 교수가 등장했다.

그는 지금 문제를 만든 사람들이 다시 서울시 행정을 책임지는 것은 문제라고 하면서 서울시장 출마를 시사했다. 결과는 우리들이 다 알고 있듯이 박원순 변호사가 시장이 되는 것으로 낙착되었다.

안철수 교수나 박원순 시장이나 배경이 같은 분들은 아니고 살아온 경력도 각기 큰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기부를 통한 사회공헌이라는 논점이다.

박원순 시장은 아름다운 재단이다, 아름다운 가게다 하는 것을 중심으로 자신의 활동 반경을 넓혀 온 분이고, 안철수 교수 역시 안철수 바이러스 연구소 주식을 절반이나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을 해 버린 상태다.

그런데 이 `기부`라는 것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 분들이 등장하기 전에 우리 세상은 기부에 대해서 비교적 냉정했다.

진보파들은 말한다. 잘 사는 사람이 기부한다는 게 뭐 대단한 일이냐. 그보다는 사회가 약자들, 빈자들을 책임지고 구제해 주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냐. 이 분들은 그래선지 지하철에서 껌을 팔거나 구걸을 하는 분들을 만나도 아예 외면해 버리기 일쑤다. 그런 적선은 오히려 사회악, 빈부 격차라는 자본주의적 부조리를 은폐시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보수파들은 말한다. 사회를 움직이는 원리는 근본적으로 건전한 자유경쟁이다. 이 경쟁에서 패배하거나 도태된 사람들을 국가나 시민사회가 일방적으로 구제해 주겠다고 나서는 것은 그 사람들을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빠뜨릴 수 있다.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는 옛날 속담도 있지 않더냐. 빈민 구제니, 부의 재분배니 해서 사람들을 현혹하는 포퓰리즘에 물들면 오히려 나라 망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지금 나라는 이 문제, 즉 사회 또는 국가가 부를 재분배하는 방식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도를 통한 재분배든, 기부를 통한 부의 사회 환원이든 초점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본주의 매커니즘을 어떻게든 보완하지 않고는 지금의 갈등을 결코 완화시킬 수 없으리라는 사실이다.

여기서 드디어 안철수냐, 문재인이냐, 박근혜냐 하는 문제가 새로운 차원에서 문제시될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안철수 교수는 자신의 부를 사회로 환원하는 결단을 통해서 사회의 지도자로서의 덕성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노무현 정부를 이끌었던 사령탑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국가가 빈부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례를 이미 보여주었다.

박근혜 대표에게도 이 문제는 절박한 현안이 되어 떠오르고 있다. 며칠 전에 이 분은 진보냐 보수냐 하는 게 이미 문제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이건 이 분이 현실적 감각을 상당히 잘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그러나 무서운 것은 국민들이 행동 또는 실천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 사회적 부를 처리하는 문제, 자신의 부를 처리하는 문제는 어떤 개인이 자신의 야망이나 이상을 펼쳐나가는 데서 꼭, 그것도 진정성 있게 보여주지 않고는 넘어설 수 없는 난제가 됐다.

앞으로 몇 달 간, 올 연말까지, 아니 내년 연초까지 이 문제가 우리 사회를 양분, 삼분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이 내내 이것을 가지고 좌고우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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