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릉실록` 글로세움 펴냄, 이규원 지음, 576쪽, 2만7천원
이 책은 남한에 있는 40기의 모든 왕릉과 역사의 중요한 맥을 이어주고 있지만 소홀하기 쉬운 주변 왕족의 무덤 7기를 일일이 답사했고, 북한에 있는 제릉과 후릉, 2기를 포함 총 49기 조선왕릉의 생생한 모습을 담았다. 나름의 특색을 간직하고 있는 왕릉은 권력의 무상함과 여인의 한, 굴곡진 인생사와 역사의 흐름을 말해준다. 또한 비슷한 듯 확연히 다른 모습을 간직한 사진은 좋은 자료이자 왕릉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책은 단순한 왕릉기행서에만 만족하지 않고 역사를 스토리텔링하고 여기에 풍수까지 녹여냈다. 이외에도 왕릉 참배 시 지켜야 할 예절, 왕릉의 구조적 이해, 왕릉 풍수, 찾아가는 길 등 다양한 읽을거리도 수록했다.
왕릉은 그 왕의 일생을 말해주고, 왕의 일생을 따라가면 난마같이 얽힌 조선의 역사가 보인다. 저자 이규원씨 역시 왕릉을 따라가며 조선의 역사를 하나하나 짚어냈다. `조선왕조실록`, `완산실록`, `선원보감`, `연려실기술`을 수도 없이 보며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의 역사까지 풀어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색은 오랫동안 풍수전문기자로 활동하며 풍수와 깊은 인연을 맺어온 저자는 다른 책에서 풀어내지 못한 왕릉 풍수를 풀어냈다는 것이다.
조선 개국 때부터 과거시험 과목의 음양과에 포함됐던 풍수는 조선역사의 향방을 거머쥔 중요한 열쇠였다. 풍수사학자들은 조선왕릉 3대 명당 중 하나인 영릉 터에 세종대왕이 안장되면서 조선의 국운이 1백 년이나 연장됐다고 한다. 또한 흥선대원군은 왕이 나온다는 천자지지의 명당 터에 아버지 묘를 이장해 아들 고종을 왕으로 만들었다. 오페르트 도굴사건으로 유명한 남연군 묘가 바로 이곳이다. 모두 풍수를 모르면 이해할 수 없는 역사의 한 자락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