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자의 가슴에는 언제나 희망이 있고 노래가 있으며 즐거움이 있다. 그래서 봄철의 숲 속에서 솟아나는 힘은 인간에게 도덕상의 선과 악에 대하여 어떠한 지식인보다도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봄이란 봄의 출생이며 여름이란 봄의 성장이며 가을이란 봄의 성숙이며 겨울이란 봄의 수장(거두어서 깊이 간직함)인 것이다. 양명문의`봄의 축제`에 보면 봄, 봄이란 말의 어감은 여성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을 머금은 말이다. 봄아지랑이, 봄비, 봄바람, 봄나들이, 봄처녀, 봄맞이 등`봄`이 붙은 말엔 봄의 향기와 더불어 새롭고 신선한 맛이 감돈다. 그리고 은연한 기다림의 미덕이 숨겨져 있어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인다. 그러기에 봄을 기다리는 마음, 이것은 내게 있어 하나의 숙명적인 기원이요, 동경인 것이다. 시인 에머슨은 봄이면 내 마음에도 봄이 찾아든다/ㅇㅇ이 된 지금에도 사랑은 두근거려 내 마음을 새롭게 해/우리는 결코 늙지 않는다/엄동의 빙하 위에/나는 한 여름의 찬란함을 간직하고/황량하게 쌓인 눈밑에/따뜻한 장미송이를 생각하며/봄을 기다린다. 그리고 가슴보다 마음에 먼저 달려온 봄은 많은 시인들의 눈을 뜨게 한다. 봄바람에 버들 빛은 푸른 비단 같은데 태양은 복숭아 나무에서 익는다. 따스한 연못 물도 향기로운데 동그라미 그리며 물 속으로 들어가는 물고기의 첨벙소리에 산천의 적막이 깨어진다. 사람들은 봄을 맞이하면서 금년의 운수도 함께 점쳐본다. 지난해 보다 더 나은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그래서 봄은 기다림의 계절이며 기대의 계절이다. 젊은이들은 기다리던 결혼도 계획하고 농사일도 이 때쯤 시작이 되며 만물도 이 계절에 소생한다. 가람 이병기의`볕`에 “보리잎 푸릇푸릇 종달새 종알종알/나물 캐던 큰 아기도 바구니 던져주고/ 따뜻한 언덕 머리에 콧노래만 잦았다/볕이 솔솔 스며들며 옷이 도리어 주체스럽다/바람은 한결 가볍고 구름은 둥실둥실. 봄이 온 것이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