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대구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8시부터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동반자살자를 구한다`는 내용의 글이 4차례에 걸쳐 올라왔다.
채무 과다와 함께 현재 경찰에 쫓기던 이모(24·대구)씨가 자살을 고민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이었다. 이씨의 글은 인터넷 공간속에서 순식간에 수만명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했던 황모(37·서울)씨도 인터넷을 통해 이씨의 글을 본 뒤 연락을 남겼다. 황씨는 사고로 사경을 헤매다 보름 후 깨어났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었다. 여기에다 거액을 투자한 사업이 망하자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황씨는 세상을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다며 동반자살을 결심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자신의 미래가 어둠과 같다고 생각한 전모(27·경기도)씨와 교우관계로 우울증까지 앓고 있던 여대생 김모(21·부산)씨도 이씨에게 연락했다. 이씨는 이들과 휴대전화로 연락을 하며 설 전날인 22일 포항의 한 팬션에서 자신들의 삶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인터넷으로 시작된 이들의 계획은 오프라인상에서 실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인터넷에서 이씨의 글을 본 윤모(52·광주)씨가 광주남부경찰서로 `동반자살을 하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다`며 신고했고, 이씨의 IP를 추적한 경찰은 이씨가 대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대구지방경찰청에 연락했다.
대구지방청 사이버수사대도 이씨의 글을 확인하고 수사관 1명을 동반자살자로 가장해 이씨 등과 인터넷을 통해 계속 연락을 하며 시간을 끌었다. 이들이 포항의 한 PC방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지방청 사이버수사대는 22일 오후 2시30분께 포항남부경찰서와 함께 포항터미널 부근 PC방에서 이씨 등 4명을 찾아냈다. 경찰은 이들을 설득해 대구생명의전화 등 전문상담기관에 상담을 받도록 한 뒤 귀가조치했다.
대구지방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당시 이씨 등은 자살을 실행할 팬션을 예약하는 등 동반자살 준비를 거의 끝낸 상태였다”며 “동반자살을 주도한 이씨의 경우 자살방조미수혐의로 입건이 가능하지만 현재 수배상태인 이씨가 자살을 결심하게 된 경위 등을 고려해 형사입건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영태·김남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