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포항선린병원 입원실에서 만난 구귀학(81) 할머니는 악몽 같았던 화재 당시 상황에 대해 어렵게 입을 열었다.
구 할머니는 지난 15일 발생한 북부시장 화재 현장의 유일한 생존자다.
할머니의 얼굴은 화상 때문에 퉁퉁 부은 채 붕대로 감겨 있었다. 붓기나 얼마나 심한지 할머니는 두 눈을 뜨고 있었지만 마치 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화마를 피하려다 머리카락도 다 불에 탔고 두 손도 화상으로 퉁퉁 부어 있었다.
“평소처럼 잠자고 있었어. 근데 갑자기 어디선가 `펑` 터지는 소리가 나더라고….”
북부시장 노점에서 생닭을 판매하던 구 할머니는 이날도 평소처럼 자신의 집 1층에서 단잠에 빠져 있었다.
잠을 자다 갑자기 `펑`하고 울린 굉음에 놀라서 창밖을 쳐다보니 불이 붙은 스티로폼 박스가 나 뒹굴고 있었다. 놀란 할머니는 내복차림으로 출입문을 열었다. 그런데 순간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불길은 금새 할머니의 머리와 얼굴을 덮쳤다.
본능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구 할머니는 출입문 수도에 있던 바가지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입을 가로막으며 불을 피해 길가로 대피했다.
불을 피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순간 옆집인 횟집에 이모(58)씨 부부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옆집에 부부가 늦게까지 일하는 걸 봤었어. 너무 놀래서 내가 `불이야. 00이네 얼른 나와. 불났어`라고 수 십 번 외쳤었어. 그런데 사람이 나오는 모습을 못봤어. 큰 길가에 앉아있는 나를 경찰관이 부축해서 병원으로 데려다 줬어”
병원에서 뒤늦게 이씨 부부가 숨진 이야기를 들은 구 할머니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구 할머니는 “소방관들이 옆집 이씨는 2층 계단에서, 부인은 2층 방에서 발견됐다는 말을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연락이 안 되길래 살아있는 줄 알았다. 설 대목을 앞두고 늦게까지 일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구 할머니 가족은 “얼굴과 목, 손 등에 화상을 심하게 입으셨지만 그래도 기력을 회복하시고 움직일 수 있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김남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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