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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꼼수

이창형 기자
등록일 2012-01-13 23:07 게재일 2012-01-1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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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서울지사장
“`여러분은 이담에 정치할 때 지금 어른들 따라하지 마세요`라고 할 수도 없고 `오늘날의 정치인들이 모두 다 그런 건 아니랍니다` 그러기도 겸연쩍고…”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지난 주말 자신의 트위터에서 “청소년 모의국회에 참석해 강연을 할 예정인데 뭘 얘기해야 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매일 매일 터지는 일에 당의 `업보`를 생각합니다”고 했다.

전당대회 돈봉투 폭로사건으로 한나라당의 진로가 한치 앞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고승덕 의원이 공공연한 소문으로만 떠돌던 전당대회 `돈봉투`거래를 폭로하고 나서다. 정치권에서 쉬쉬하며 닫아두었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고 의원의 폭로로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많은 의원들이 돈봉투 거래의 실상을 공론화하고 있다. 300만원이 아니라 1천만원이 담긴 돈봉투를 뿌린 후보도 있다고 한다. 돈봉투 문제를 정당정치의 폐해를 대수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꼼수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권력투쟁이 점입가경인 한나라당내에서 누가 누굴, 어느 세력이 어떤 계파를 제거하기 위한 꼼수란 시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돈 정치 문제가 비단 여당의 전당대회에만 국한된 일일까?

“차떼기당의 본색을 버리지 못하고 뼛속까지 썩은 한나라당”이라고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는 민주통합당에도 `5만원권 지폐로 둘러쌓인 와인병`등 `돈잔치 전대` 증언이 잇따른다.

한나라당 전 윤리위원장인 인명진 갈릴리 교회 목사는“공천 때도, 비례대표도 이런 돈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끈질기게 돌아다닌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옛말이 틀리겠는가”고 말했다.

지방정치는 자유로울까. 광역·기초의원 공천을 받으려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수억원의 공천자금을 건네야 한다는 얘기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그런 정치권이 `정치검찰`이니 하며 검찰과 대립각을 세운다. 정권말기만 되면 사실상 정치권의 목줄을 검찰에 맡기고 있는 꼴이다. 온갖 법을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제·개정하는 국회가, 관행화 돼 온 `전대(錢大)`에 대해서는 왜 그 룰을 고치려 하지 않았는가.

당내 선거가 금권선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회계처리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일반선거와 달리 당내 선거에 대한 조사권한이 없다. 즉, 정당선거는 치외법권지대다. 선관위는 2006년 당내 선거에 대해서도 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당법개정을 요청했지만 국회는 정당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들만의 돈 잔치에 왈가불가 말라는 것이다. 역시 꼼수인 셈이다. 국민들은 꼼수 정치를 어떻게 볼까?

한나라당은 비대위를 통해 하루가 멀다하고 쇄신책을 쏟아내고 있다. 자신들은 썩은 돈으로 배를 채우면서도 서민과 가난한 학생들을 향해선 복지 운운하며, 눈깔사탕으로 달래고 있다. 참으로 큰 적선이다. 그러고선 선거철이 되니 서민들의 딱한 처지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하겠노라고 시장바닥을 찾는다. 총선 예비후보들이 건네는 명함을 시민들이 왜 거부하고 있는지 삼척동자도 알 일이다.

지난 8일 다비식을 통해 이승과 연을 마친 지관스님의 영단은 스님의 검소한 뜻에 따라 생화가 아닌 지화와 조화로 장식됐다. `검은 돈`으로 얼룩져 있는 대한민국 정치권에는 정말 어울리지 않을 듯한 말씀이지만 스님의`사세(辭世)를 앞두고`라는 제목의 임종게(臨終偈)가 가슴을 저민다.

`무상한 육신으로 연꽃을 사바에 피우고/ 허깨비 빈 몸으로 법신을 적멸에 드러내네/ 팔십년 전에는 그가 바로 나이더니/ 팔십년 후에는 내가 바로 그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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