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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중학생 자살 사건 여파 대구교육계 공황상태

이창훈기자
등록일 2011-12-29 21:21 게재일 2011-12-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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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방조 매도 자괴감

우 교육감 사태극복 호소

급우들의 괴롭힘으로 지난 20일 중학생 권모군이 자살한 지 1주일이 지난 지금 대구교육계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해당 학교는 물론 지역의 모든 학교와 교사, 교육청 등이 가해자 혹은 방조자로 몰리면서 공교육의 붕괴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 한 중학교 교사는 “매일 언론에 나오는 기사를 보기가 겁이 날 정도다.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사랑으로 학생을 보듬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도 많다. 하지만 연일 교사가 학교 폭력의 방조자처럼 매도되고 있는 것을 보면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언론도 더 이상 선정적인 보도를 자제하고, 합리적으로 이 문제를 푸는 방향으로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한 여교사는 “요즘들어 교사를 선택한 게 후회가 된다. 학생을 보면 겁이 나는게 사실이다. 이번 사태는 교사의 잘잘못을 떠나 우리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문제라고 본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맡은 직책에서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교사들에게 불명예가 씌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을 둔 학부모 김성희(53)씨는 “요즘 애를 보면 한번 더 쳐다본다. 평소 공부에 내몰리고 학교폭력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안쓰럽다. 숨진 학생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좋은 방안이 나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대구교육청 분위기도 침통을 넘어 하루빨리 이번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연일 교과부와 국회의원 등이 전화를 걸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교육관계자로서 할말이 없지만 이번사건을 계기로 우리 교육이 한단계 성숙하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28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금 대구의 공교육이 붕괴될 위기다. 교육이 붕괴되면 다른 대책이 없다”며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이번사태를 극복하자”고 당부했다.

우 교육감은 “최일선에서 학생을 보듬어 줄 사람은 교사다. 교사가 공황에 빠지면 바로 교육의 붕괴로 이어지므로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를 아우르는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또 학교폭력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시스템도 영향을 주는 만큼 각 분야의 담당자와 긴밀히 협의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우선 대구시교육청은 29일 오후 교육청에서 전국시도지사 교육감 간담회를 개최, 심도있게 이번사태의 재발방지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우동기 교육감은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고 “한 학교 한 교사의 문제를 넘어 우리 모두가 책임을 갖고 이번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 힘을 기울이자”고 강조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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