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강철왕`의 마지막 선물

김명득 기자
등록일 2011-12-23 23:24 게재일 2011-12-23 23면
스크랩버튼
김명득경제부장
철강도시 포항에도 깊은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지난 1998년 IMF 경제위기와 2007년 외환위기 때에도 끄떡없이 버티었던 포항이 요즘 위기를 맞고 있다. 포스코가 어렵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포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포스코가 흔들리면 포항경제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포스코가 기침하면 포항철강공단 업체들이 감기에 걸린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포스코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철강왕` 박태준 명예회장이 지난 13일 타계하면서 포항은 더욱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온통 어두운 소식뿐이다. 포항상의가 최근 포항지역 97개 업체를 대상으로 내년도 1.4분기 기업체감경기를 조사한 결과 BSI(기업경기실사지수·기준치=100)지수가 72로 조사됐다. 100을 기준으로 할때 무려 30이나 떨어져 내년 초부터 심각한 경제난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BSI지수는 지난 2009년 4분기(5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럴 때 그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브랜드 파워`다. 브랜드파워란 기업이나 단체, 개인 등이 쓰러질 위기에 처했을 때 오뚝이처럼 일어날 수 있도록 마지막 힘으로 작용하게 하는 것이다. 브랜드 파워는 원래 기업에 대한 소비자나 고객들의 호감도를 나타낸 말로 표현돼 왔다. 또 성공의 핵심요인이기도 해 우량기업들은 기업 이미지를 나타내는 주요 경영전략 차원에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업뿐만 아니라 이제는 특정 도시나 단체, 개인에게도 그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브랜드 파워로 나타내 경쟁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항시도 `파워풀 포항`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며 브랜드 파워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포항의 브랜드 파워는 무엇일까. 포스코와 포항시로 보면 무난할 것 같다. 포항사람 아니 경상도 사람을 가리켜 흔히들 `보리 문둥이`이라고 부른다. 무뚝뚝한 기질을 갖고 있지만 정이 많고 의리가 있다는 뜻에서 유래된 말로 생각된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TV코미디 프로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인용하는 내용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역 브랜드 파워에 나쁜 이미지만 심어줄 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세련되지 못한 말투나 어눌한 행동들은 그 지역의 이미지를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자칫 그 곳 사람들의 정서마저 해칠 수도 있다. 비록 코미디라고 하지만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지역의 브랜드 파워를 손상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파워를 높이려면 우선 명품이 돼야 한다. 포스코와 포항시를 두고 한 말이다. 명품이란 겉 모양도 좋아야 하지만 알맹이 역시 질적으로 우수해야 한다. 명품의 포장은 상품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상품의 진면목을 느끼게 해 그 가치를 높여 주기도 한다.

포항시의회가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다룰 경제드라마 `강철왕` 제작 예산 10억원을 삭감했다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다시 살렸다고 한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예결특위는 박 명예회장이 타계하면서 그에 대한 업적이 재평가를 받고 있는데다 추모열기가 들불처럼 번진 시민들의 정서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현명하고 슬기롭게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된다.

박 명예회장은 국가 경제뿐만 아니라 포항경제에 미친 영향도 지대하다. 총 예산 170억원이 투입될`강철왕` 드라마는 포스코와 포항이 그 배경이 된다. 그를 통해 포스코가 건립되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게 된다. 포항이라는 도시를 전국에 알릴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포스코와 포항시는 이 드라마를 통해 브랜드 파워를 한껏 높여야 한다. `강철왕`은 박 명예회장이 포스코와 포항시에 남겨 준 마지막 선물이다.

데스크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