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예산으로 주민 생활에 필요한 사업의 우선순위를 매기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매년 이맘때면 체육관계자들은 좌불안석이다. 체육관련 예산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삭감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눈에는 아직도 체육 활동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없어도 그만`인 일쯤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일찍부터 `체력은 국력`이란 표어를 걸고 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한 때 체력장 시험이 고입 및 대학입학시험에까지 반영될 정도로 비중이 컸다. 그런데 학교 교육이 점차 대학입시를 위한 학과중심으로 흐르면서 지난 1995년에 폐지됐다.
체육은 이처럼 학교교육에서마저 등한시되면서 어느새 체육사업은 `없어도 되는 일`로 천시를 받고 있다. 미국과 독일, 영국, 일본 등 세계 선진국들이 `Sport For All`운동까지 벌이며 체육 인프라구축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붙는 것과 너무나 대조를 이룬다.
체육은 이제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체육의 사회적 기능이 강조되면서 세계 각국들이 스포츠산업 육성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체육의 가장 큰 기능은 국민 건강증진이다. 규칙적인 운동은 체력을 강하게 함으로써 가정이나 직장, 사회활동을 더욱 왕성하도록 해준다. 적정한 체중을 유지해 비만을 예방하고 고혈압과 당뇨, 암 등의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일상생활에서 쌓인 과도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다.
행여 병원진료를 받거나 유명 건강강좌에 참석해 보면 한결같이 건강장수비법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는 처방을 내놓는다.
만병의 근원으로 지목되는 과도한 스트레스는 처음부터 받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리 쉽지가 않다. 즉시 해소하는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술로 해결하지만 스트레스는 풀 수 있을지언정 건강을 망친다. 체육활동은 운동과 스트레스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명약은 없다.
현대 의학은 예방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병에 걸린 뒤 치료를 하는 것보다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란 주장을 편다. 예방의학계는 병원을 짓거나 치료약을 주는 보건복지보다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체육시설을 늘리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란 이론을 내놓고 있다.
체육은 사회통합기능도 있다. 운동경기를 통해 단체나 기업체 등에 대한 소속감, 애사심, 동료간 유대강화, 협동심, 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 계층간, 이념간 갈등의 벽을 허물고 일체감을 조성함으로써 사회적통합을 이루게 한다.
체육은 또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문화적 기능도 있다. 운동경기에는 긴장과 반전, 희열 등 극적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대작 영화 한 편을 제작하는데 보통 수백억 원이 든다. 프로축구단 운영에 대략 100~200억 원이 투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프로축구클럽은 한해 정규리그 30경기를 치른다. 같은 돈으로 30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셈이다. 투자대비 문화적 효용가치가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소속 단체나 지역,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무궁한 자산이기도 하다.
이처럼 체육의 사회적 역할은 크다. 국민 건강증진은 물론 미래 복지국가 건설의 기초를 놓는 중요한 국가기간산업이라 할 수 있다. 결코, 더는 `없어도 그만`이라고 무시할 일이 아니다. 예산 삭제 대상 1호가 아니라 예산 증액 1호로인정해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