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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때문 양돈업 포기한 50대 부부 돼지고기 전문식당 전업 성공

권광순기자
등록일 2011-12-01 21:16 게재일 2011-12-0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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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으로 생업인 양돈업을 포기했지만 돼지고기 전문구이 식당으로 전업해 성공한 홍정섭·김정순 부부가 주방에서 활짝 웃고 있다.
【안동】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축산업이 초토화되자 양돈업을 포기하고 돼지고기 전문구이 식당으로 전업해 성공한 50대 부부가 화제다.

지난해 11월말 구제역 진앙지 서현양돈단지에서 격리된 채 석 달간 창살 없는 감옥살이를 했다는 홍정섭(51)·김정순(53·여)씨 부부가 주인공이다.

당시 부부는 자식 같이 애지중지 키워왔던 돼지 2천여 두를 살처분으로 잃는 등 구제역의 광풍을 안팎으로 가장 먼저 느낀 사람들이다.

올 초 부부는 구제역 발생지역이라는 오명 등 스스로 죄인이 된 것처럼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뒤로 한 채 가산을 정리해 산골오지를 떠나 안동시내에 돼지고기 구이 전문식당을 개업했다. 그것도 구제역 파장으로 돼지, 소 등 육류 소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을 때 문을 열었다.

우선 질 좋은 고기 확보가 급선무였다. 홍 씨 부부는 양돈업을 할 당시 돼지를 납품하던 한 대형 육가공업체에 재료를 받았다. 원료를 납품하다가 이제 거꾸로 입장이 바뀐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일까. 이 부부가 장만한 돼지고기 맛이 얼마나 대단한지 소문에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저녁 무렵이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도대체 어찌 됐길래 그리 맛있다고 난리들일까. 의문을 풀기 위해 28일 저녁 무렵 안동시 옥동 한 변두리에 위치한 화제의 식당을 찾았다. 점포 입구에 걸린 빛바랜 `시골숯불구이` 간판부터 시골티가 났다. 20평 남짓 되는 실내에 들어서자 모두 아홉 테이블이 마련돼 있는 등 평범한 여느 식당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래도 소문난 맛이 어떨지 기대가 됐다.

마침 동초, 배추 등 야채를 씻기 위해 주방에 있던 이집 주인 홍정섭씨가 행주치마에 손을 닦으며 반갑게 기자를 맞았다.

지금까지 고기를 구워낸 소문난 솜씨를 엿보기 위해 앞다리부위 전지, 삽겹살, 등심부위인 가브리살, 갈비부위인 갈매기살 등 4가지 모듬돼지고기 2인분을 시켜놓고 처음부터 구경에 나섰다.

먼저 둥그런 화로 위에 석쇠는 철사가 차례로 세 가닥씩 붙어 있어 벌겋게 핀 숯의 직접적인 열기를 차단, 천천히 굽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그래야 타지 않는 고기에 육즙이 잘 남아 있다고 홍 씨는 귀띔했다.

“자, 냉큼 한 절음 집어 먹어 보이소. 혹시 기절하지나 말고.”

기름기가 일부 빠져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하다. 손님이 많이 찾는 이유를 이해할 것 같다.

어떻게 이런 맛 기술을 보유했냐고 묻자 빙긋이 웃던 그는 “대략 스무 번 쯤 방문한 단골이라야만 비법을 가르쳐 준다”고 했다.

종업원 없이 홍정섭·김정순 부부만이 운영하는 이 식당은 추석 명절에도 문을 열 정도로 연중무휴다. 이렇게 해서 한 달 매출액은 모두 2천3~400만원.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1천만 원 이상 순수입으로 남는다고 했다.

“새벽2시 퇴근, 오전8시 출근이 반복되던 고된 축사 일, 자식처럼 돼지를 길러 온 심정 등 누구보다도 양돈업 종사자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지요. 현재 제가 맡은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해 육류소비에 일조하는 것이 진정 그들을 돕는 길인 것 같습니다.” 홍정섭 씨의 돼지사랑은 그곳을 떠났어도 그렇게 이어졌다.

/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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