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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효과(ballon effect)

권숙자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과장
등록일 2011-11-24 19:58 게재일 2011-11-2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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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살던 유년시절 벼가 고개를 숙일 무렵이면 나락이 쌓인 논에 나가 참새를 쫓는 일은 대개 아이들 몫이었다. 새를 쫓으면 새들은 그리 멀리 날아가는 게 아니라 대부분 이웃한 논으로 날아가서 앉는다. 결국 우리 논의 피해를 이웃한 논으로 전가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참새들에게 일정량의 알곡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다면 모두가 새를 쫓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어도 전체적인 결과는 동일하지 않을까?

풍선효과는 부풀은 풍선의 한 부위를 누르면 그 부위는 들어가지만 다른 부위가 불거져 나오는 것처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풍선효과는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불법 과외를 단속하면 전체적인 사례는 다소 줄어들지 모르지만 수요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한 과외는 음성적이 되고 위험수당이 붙어 금액도 훨씬 더 높아진다. 부동산 투기도 마찬가지이다. 투기자본은 금융과 부동산을 오가며 투기를 한다. 은행금리가 높으면 은행으로 몰리고 금리가 낮아지면 부동산을 기웃거리게 된다. 이런 것들이 풍선효과이다. 풍선효과는 국내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불법 카지노를 엄격하게 단속하자 도박이 자유로운 마카오로 몰려가 마카오행 출국자가 늘어났다고 한다. 최근 우리 경제에서 나타나고 있는 대표적인 풍선효과 사례 중의 하나가 가계대출 문제다. 지난 6월 은행들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고자 정부에서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실제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크게 둔화됐다. 그러나 은행의 대출이 엄격해지면서 비은행기관에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비은행기관의 가계대출이 증가한다는 것은 결국 금융소비자들의 이자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거나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풍선효과 발생은 불가피하지만 보다 정확한 진단과 대응으로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권숙자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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