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현 전 대구 서구청장의 이력이다. 그는 고교 교사직을 내던지고 정치판에서 일반인이 가기 힘든 형극의 길을 걸어왔다. 사전에 있는 7전8기의 기록을 깬 8전9기의 선거 신화를 창조한 사람이다.
그는 약 20년의 세월에 걸쳐, 국회의원과 구청장 등의 선거에서 연속 8번의 낙선을 극복하고, 시의원, 구청장, 구청장 재선 등 3번의 선거에서 내리 당선돼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무소속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가 구청장 임기 2년8개월여를 남겨놓은 지난 9월14일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며 돌연 사퇴해 서구 주민을 비롯, 지역 정가에 충격을 줬다. 그는 지역에서 서프라이즈 서중현으로 통한다. 보통사람이 하기 힘든 여러당을 전전한 경력에다, 시의원 당선후 중도사퇴해 구청장선거에 출마, 몇 년전 광개토대왕 비석사건, 이번의 예상을 빗나간 급작스런 사퇴 등으로 서프라이즈로서의 이미지를 유감없이 발휘해오고 있다.
그는 `구청장으로서 한계를 느껴, 서구 발전을 앞당기기 위해 힘있는 국회의원이 되고자 한다`며 사퇴의 변을 전했다. 하지만 지역 정·관가에서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던 재임시 인사 비리와 부인의 그림판매 의혹 등에 대한 수사 압박에 무게를 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구청장으로서 재임중 수사에 임하면 좀 더 유리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전망을 뒤로한 채 사퇴해 많은 의문점을 만들어 냈다.
최근 서 전 청장은 기자를 만나 “돈을 준 사람도 없고, 받은 사람도 없으니 소문은 진실이 아니다”며 사퇴배경은 “구청장의 공백이 최소화 하기 위해 결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 연말에 사퇴하면 구청장이 4개월여나 비게되고 그러면 구정공백이 너무 크기 때문에 부득이 갑자기 사퇴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지은 죄가 없기 때문에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못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아내의 그림 전시회때 공무원들의 그림구매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는 감정에 북받친 듯 아내에게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거짓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현재 서 전 청장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은 결정적인 증거 확보에 실패, 수사가 흐지부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서 전 청장은 검찰에 판정승을 거둘 확률이 높다. 8전9기에다 서슬퍼른 검찰의 칼날을 피해가고 있는 서 전 청장의 요즘 행보는 어떤가.
그는 요즘 구두를 신지 않는다. 내년을 겨냥, 나름 스케줄에 맞춰 편한 기능성 운동화를 신고 다니며, 주민들을 만나는 등 마이웨이 행보를 하고 있다. 그는 약 20년 동안 선거에 수차례 나와 떨어지면서 마지막에는 그동안 한 우물을 판 절의와 동정표에 힘입어 당선됐다.
소위 악수청장으로 당선됐지만 서구 주민들은 기대에 부풀었었다. 그렇게 구청장이 되기를 열망했으니 진짜 서구를 위해 많은 일을 하지 않겠느냐고.
취임사에서 그는 “부지런하게 뛰어 행복한 서구를 만들겠다”고 말했지만 3년여가 넘는 재임기간중에 특별한 성과는 없었다. 구청장으로서의 한계는 있겠지만, 구 발전을 위해 큰 밑그림을 그렸다는 평가도 받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내년 4월 서 전 청장이 그동안 닦은 기반을 바탕으로 금배지를 달면 서구에 힘을 보태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구청장이 사퇴하던 날 많은 주민이 약속을 어긴 배신감에 분노했지만 기뻐한 주민도 있었다는 것을.
산적해 있는 구정 현안보다 악수나 하러 다니는 악수청장이 물러나니 서구가 더 살기 좋아지게 됐다고 박수 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서 전 청장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