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석은 서한에서 “ISD`투자자 국가소송제도` 문제는 한나라당의 정체성과도 직결된 문제다. 타협이나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거짓이 어떻게 진실을 압도하는지 똑똑히 목격했다”면서 “더는 한 순간도 지체할 수 없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라고 의원들을 압박했다.
김 수석의 서한은 청와대발 한나라당에 대한 경고서한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연판장를 보낸데 대해 `분노의 침묵`을 유지하면서 김 수석을 통해 `FTA 비준안부터 처리하라`고 맞받아친 것이다.
즉, “네(청와대) 탓 하지 말고 너(한나라당)나 잘하라”라는 경고인 셈이었다.
이같은 당·청의 치열한 기싸움속에 내년 4월 총선공천 물갈이론도 표면화되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수개월 전 지방언론사와의 간담회에서 “물어볼 건 다 물어보라. 다만 공천문제는 묻지마라. 난 아는 것도 없고 알아도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랬던 분위기가 지금 확 달라지고 있다. 여의도연구소는 내부전략문건을 통해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새로운 인물을 대거 영입하고 고령의원들의 자진 출마포기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언론에 흘렸다.
고령의원 20여명이 자진 출마포기한 17대 총선을 벤치마킹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여기에다 정몽준 전 대표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를 보면 1년 단위로 선수가 바뀐다”면서 물갈이론에 동조했고, 김문수 경기지사는 “안전지대로 분류되는 서울 강남이나 영남 지역에서 50% 이상 물갈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고령·영남의원`들을 겨냥한 공천학살은 예상대로 큰 반발을 불렀다.
지난 10일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연령과 지역, 선수(選數)`를 앞세운 물갈이론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비등했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참패한 수도권부터 물갈이해야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친박 수장인 박근혜 전 대표도 “순서가 잘못됐다”며 인위적인 공천 물갈이론에 장벽을 쳤다.
결국, 홍준표 대표는 여의도연구소의 문건이 개인적인 것이라며 사과하고 공천문제에 대해 함구를 부탁했다. 연구소 소장인 정두언 의원 등은 당직사퇴를 선언했다.
한나라당 쇄신안은 또 어떤가?
홍준표 대표는 `중앙당사 폐지 및 당 조직 혁신, 비례대표 의원 50% 국민참여경선 선발, 공개오디션을 통한 정치신인 영입, 당·민(黨·民) 정책협의회` 등을 내용으로 하는 쇄신안을 언론에 먼저 흘렸다가 “이벤트에 불과한 한나라당표 도돌이표식 아이디어일 뿐”이란 최고위원들의 공격을 받았다.
웬만하면 정치얘기는 하고싶지 않다. 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정치얘기고, 각 신문지상에는 한나라당의 우왕좌왕하는 권력갈등이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선 이후 2040세대의 기성정치에 대한 혐오증을 확인받고 있는 싯점에 한나라당은 여전히 `딴나라당`의 범주를 못 벗어나고 있다.
도대체 정치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 했다. 그가 말한 정치의 진정한 의미는 사회를 질서정연하고 조화롭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는 그 정치 때문에 혼란과 갈등만 양산되고 있다.
그러면, 공자가 말한 정치란 `바르게 하는 것`인가? 바른 길을 솔선하고 있는 정치인이 이땅에 있는가.
종로 한복판의 조계사에서 국화축제가 열렸다. 축제의 제목이 `10월 국화는 10월에 핀다네`였다.
“무엇이 진정한 삼매(三昧)인가”라는 물음에 산중에선 “떡이나 먹게”. “차나 한잔 마시게”라고 한다. 그리곤 “9월 국화는 9월에 핀다네”라고 했다. 한국의 정치판은 국민들이 위탁한 제모습의 정치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