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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갈천동의 까치구멍집

영남이공대 교수
등록일 2011-11-03 19:38 게재일 2011-11-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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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구멍집의 까치구멍,까치구멍집 평면도
조선시대의 주택은 사회신분제도에 따라 서민주택과 상류주택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동안 서민주택이 역사의 표면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순박하고 진솔한 주거양식으로 현재까지 이어져 주택 근대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음은 사실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서민주택의 평면유형을 조사하면서 만난 집들 중 `까치구멍집`을 근대적 요소가 돋보이는 집으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강원도 남단부에서 영덕까지 내려오다 까치구멍집의 유적은 돌연 그 자취를 감추게 된다. 그러나 영덕에서 더 이상 남하하지 않던 까치구멍집은 다시 내륙으로 들어가 청송, 안동, 영주까지 그 분포를 이어가고 있음이 확인됐다.

경북도 민속자료 제2호로 지정된 `영덕 갈천동 초가 까치구멍집`도 그 중 하나다. 이집은 영덕 장육사 가는 길의 화수루(유형문화재 82호) 옆에 있다. 집 안에서 모든 주생활 행위가 수용될 수 있도록 지어진 까치구멍집의 건축적인 특징은 배연(排煙)과 환기를 위한 구멍이 지붕 용마루 양쪽 끝에 나있고, 정면 3칸 측면 2칸의 여칸집(6칸집)으로 평면이 겹집으로 구성돼 있으며, 집안으로의 모든 출입이 봉당 앞의 두꺼운 두 짝 판자 여닫이문을 통해 이뤄진다. 그리고 도적이나 짐승의 침입에 대비하고 추위에 대비해 폐쇄적인 공간으로 지었고, 외양간을 집안에 끌어들여 사람과 소가 한 주거 공간 내에서 생활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현대건축의 아파트 현관문과 같은 이 집의 출입문을 들어서면 흙바닥의 봉당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아파트의 현관과 다용도실에 비교된다. 봉당은 가족과 내객들이 출입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추운 겨울 가내작업 장소로도 이용된다. 봉당을 중심으로 우측 실내에는 외양간을 두어 가사노동의 동선을 줄이고 있다. 각방으로의 출입은 봉당에서 가운데 칸의 마루를 통해 이뤄지며 이로써 시어머니가 거처하는 안방과 며느리가 거처하는 상방은 사생활의 확립은 물론 독립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도장방은 곡식을 두는 방으로 안방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당시 이 지역에는 곡식이 귀중했음을 엿볼 수 있다. 마루는 봉당보다 60cm 정도 높여서 우물마루로 꾸몄다. 이곳은 현대주택의 거실에 비교될 수 있다. 가족들의 식사와 휴식, 안락 등의 행위가 이뤄지는 중심 공간이기도 하다.

이 집은 건축 공간 배치상 집약적인 평면 구성으로 말미암아 외양간에서의 가축분뇨 냄새, 취사 시 음식 냄새, 땔감 연소 시 발생하는 연기 등으로 집 안은 항상 오염된 공기와 연기로 가득 차게 된다. 이를 배출하기 위해 초가지붕 양 끝에 특유의 구멍을 뚫어 통풍이 용이하도록 해 놓았다. 바로 그 통풍구가 연기에 검게 그을려 있어 까치구멍집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전통 서민주택인 까치구멍집이 얼마나 기능적인 평면구성과 합리적인 공간 요구에 충실하였는지를 새삼 엿볼 수 있다.

/영남이공대 교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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