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증명 가능한 것과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전문적인 지식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증명`할 수 없는 자연이 가진 힘은 종종 믿지 못할 것으로 치부돼 왔다. 또한 자연을 섬기는 옛사람들의 지혜는 원시 신앙이나 미신 등으로 가치 폄하되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 이면에서 정신적 공항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자연으로 돌아가 그와 하나 돼 살아가는 삶은 필수불가결하다. 사방이 막힌 듯한 괴로운 상황에 직면한 사람들이 산을 찾고 바다로 향하는 것은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정화하려 하는 우리의 본능이 발현된 행동일 것이다. 대지를 어머니로, 모든 생명의 모태가 되는 태양을 아버지로, 그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를 형제자매로 여기며 존중하는 인디언의 지혜가 새삼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인디언의 지혜`(판미동 펴냄)의 저자 베어 하트는 전통적인 훈련을 받은 마지막 세대의 인디언 주술사인 동시에 정규교육을 받은 인디언으로, 인디언에 대해 현대인들이 가지는 오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주술사가 되기 위해 자신이 겪은 과정과 주술사로서 사람들을 치유한 경험을 통해 자연의 신성한 힘을 믿고 받들어 온 인디언들의 삶이 결코 미신으로 치부할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한번은 조너스 베어 삼촌이 나를 연못으로 데려갔다. 삼촌은 연못을 들여다보라고 하더니 나에게 물었다.
“무엇이 보이니?”
“내 모습이 보여요.”
“물속에 이 막대기를 넣고 휘저어 보거라.”
삼촌 말대로 물을 휘저었더니, 다시 물어 왔다.
“이번엔 뭐가 보이니?”
“제 얼굴이 일그러져 보여요.”
“그 얼굴이 좋니?”
“이런 얼굴은 싫어요.”
“사람을 만나다 보면 그 사람이 못마땅할 때가 있단다. 사실 그건 너의 모습을 그 사람에게서 보고 있는 것이란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 어느 부분을 그 사람을 통해 보고 있는 거야. 그래서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란다. 하지만 실제로는 너의 일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그 점을 늘 명심해라.”
-본문 39쪽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그들과 더불어 사는 하나의 인격체로 보았다. 때문에 인디언들의 삶과 철학은 어머니 대지와 모든 생명체에 대한 존중과 사랑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과거 백인의 입장에서 제작된 서부 영화 속에서 인디언들은 주로 미개하거나 야만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기 일쑤였고, 그것이 여느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디언의 이미지로 굳었다. 그러나 베어 하트가 책에서도 서술했듯 정작 인디언 자신들은 스스로를 야만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살아 온 역사에서도 알 수 있듯 인디언들은 적을 위해서도 기도를 할 줄 알고 지구상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를 형제자매로 여기는 사람들이었다. 이러한 특징은 이 책에서도 여러 차례에 걸쳐 묘사되는데, 현대인들이 오해해 온 미개하거나 잔혹한 모습과는 반대다.
주목할 것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 인디언들의 지혜를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어 하트는 나무나 강물, 우리를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에서도, 작은 벌이나 곰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며 다양한 일화를 통해 독자들을 인디언의 지혜 속으로 이끈다. 풍성한 체험과 지혜가 녹아든 그의 이야기는 우리가 자연과 조화된 삶에 이르는 길을 어떻게 다시 찾을 수 있는지 보여 준다. 인디언의 전통 속에서 자란 저자는 스승이나 부족 어른들의 가르침을 여러 가지 일화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그것이 영혼의 굶주림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진짜 배움이라는 것을 피력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