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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재보선이 남긴 것

정상호 기자
등록일 2011-10-28 23:22 게재일 2011-10-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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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호편집부국장
10·26 재보선이 끝났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만큼 여야가 사력을 다해 격돌한 선거다.

특히 서울 시장 선거는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선거결과는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여당인 나경원 후보를 꺾고 승리했다.

전국의 기초단체장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 11곳 중 8곳에서 승리하고도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사실 한나라당은 대구와 경북 부산 경남의 기초 단제장 선거에선 야당과 무소속 바람을 잠재우고 승리하면서 영남이 여전히 텃밭임을 확인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서울과 달리 영남은 아직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징표같아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 유세까지 가세하면서 이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은 큰 표차로 야당과 무소속 후보를 따돌리며 당선의 기쁨을 맛보았다.

서울만 이겼더라면 한나라당은 축제라도 벌여야할 만큼 기분 좋은 선거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서울시장 자리를, 그것도 야당후보도 아닌 정치 초년생인 무소속 후보에게 내줬다는 것은 여간 자존심 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자존심을 이야기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서울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장 내년 총선이 겁난다고 아우성을 지른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멸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지도부는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에 희망과 애정의 회초리를 함께 준 선거라고 생각하며 더욱 국민의 뜻을 받들 것”임을 약속했다.

수도권 유권자들과 이번 서울시장 선거 판세를 가른 20~30대 계층에 다가가는 정책으로 이들의 마음을 열겠다는 각오다. 투표율이 낮으면 한나라당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퇴근길 직장인들이 투표장으로 몰리면서 막판 투표율이 치솟은 게 서울시장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취업난 등록금 전세난 소득불균형 경제적 불만 등이 대학생과 직장인들로 하여금 무소속 후보를 선택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 된 셈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뒤늦게라도 젊은이들 직장인들과 소통하겠다니 다행이다.

재보선 결과에 대한 고민은 여당뿐 아니다. 야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그는 민주당소속 후보는 아니다. 손학규 대표는 내 선거처럼 발로 뛰며 박 후보를 도왔지만 그 공로는 안철수 교수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여기다 호남 2곳을 제외하곤 민주당 기초단체장을 배출 못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과의 말까지 내놓아야 했다.

어찌 보면 이번 재보선은 여도 야도 아닌 무소속 박원순 후보와 그에게 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한 안철수 교수를 위한 선거가 되고 말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재보선으로 향후 정국은 상당한 변화가 예고된다. 여당은 서울 민심에 대한 위기감부터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선거에 드러난 민심을 제대로 읽고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으로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변화를 거부한 채 과거에 안주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야당 역시 하나 된 야당으로 거듭 나지 못한다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비록 텃밭에서 승리했다 할지라도 지금은 이번 재보선의 민심이 뭔지 여야모두 되새겨 보아야 할 때다. 다음 선거 승리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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