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오페라단(단장 배효근)이 선덕여왕 이야기를 창작오페라 무대로 꾸몄다. 설화와 TV 드라마로만 접하던 선덕여왕을 실제 무대에서 율동과 의상, 노래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무대를 위해 포항오페라단은 지난해부터 맹연습을 했다. 선덕여왕, 아비지를 비롯한 대부분의 배역을 국립오페라단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정상급 성악인들이 맡았다.
자장대사나 용춘공, 진평왕 등 다른 배역도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성악가들이 나온다.
남성들만이 전유하던 왕의 자리를 공주의 신분으로 도전해 최초로 차지하게 된 신라 제 27대 선덕여왕의 극적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웅장한 오페라 선율에 담아 수많은 영역에서 그와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관객들에게 자긍심과 용기를 준다.
오페라의 줄거리도 삼국통일의 대업이라는 승자의 역사를 향해 직진으로 달려갈 수 있었던 선덕여왕의 전형적인 영웅서사를 서정적으로 잘 구성된 것도 특징이다.
또한 선덕여왕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첨성대와 분황사, 황룡사 9층 목탑을 세웠다는 사실이다. 그것들은 신라 문화재의 하늘에 쏘아올려진 3개의 별이다.
그런만큼 오페라에는 우리 역사 최초의 여왕을 애절하게 그리면서도 하나도 이 기록들은 빠짐없이 그려 넣었다.
1막에는 백제의 장인 아비지가 황룡사 9층목탑을 지으러 신라에 와서 덕만공주와의 애틋한 만남이 이루어지며 2막에서는 덕만공주가 여왕으로 추대된 뒤 아비지가 자신을 대신해 자객들에게 죽음을 당하는 사랑이야기가 애절하게 펼쳐진다.
황룡사 뜰안에는 장기화되고 있는 백제전에 출정한 그들의 가족들의 생사가 염려된 백성들이 돌탑을 쌓으며 소원을 비는 발길이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신라 백성들 속에서 무언가에 골몰한 아비지가 이리저리 다니며 치수를 재고 있다.
그는 자장대사의 초대를 받고 황룡사에 9층탑을 축조하기 위해 온 백제의 위대한 조각가다.
그는 조국 백제에 두고온 자신을 사랑하는 많은 지인들의 우려 속에도 백제의 예술혼을 신라에 심어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백성들이 돌탑을 쌓은 자리에 9층탑을 축조할 결심을 한다.
그러나 신라 백성들은 그가 백제인이라는 것을 알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를 방해한다.
이때 한 아리따운 여인이 나타나 백성들의 무례를 사과하며 아비지를 도와준다.
그녀는 바로 적국 신라의 공주 덕만이었다. 그녀의 친절한 품성에 깊은 인상을 받기도 잠시. 자신의 후원자를 자처해온 자장대사와 공주의 말에서 9층탑 축조에 무언가 비밀이 있음을 알게된 아비지. 그가 잠깐 잠든 사이, 꿈 속에서 만난 두 선인의 대화로 황룡사 9층탑의 축조는 인근의 9개국이 신라에 복속됨을 의미하며 신라와 덕만공주의 흥업을 기원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오페라는 총 2막4장으로 구성되며 예술감독에 임용석, 제작감독에 우승주가 맡았다.
출연 소프라노 김보경, 테너 엄성화, 베이스 이도형, 바리톤 하형욱, 테너 김성환, 테너 송성훈, 바리톤 서의석 등. 대구국제오페라오케스트라와 포항오페라단합창단. 지휘 박지운(대구시립오페라단 상임지휘자). 공연시간 1시간 30분. 대본 임나영, 연출 최주환, 작곡 박지운.
포항오페라단이 제8회 정기연주회로 마련한 창작오페라 `선덕여왕`은 오는 25일 오후 7시30분 포항 포스코 효자아트홀 무대에 마련된다.
문의 010-4739-0129.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