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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시대 `진경산수`를 다시 생각한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1-08-16 19:56 게재일 2011-08-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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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립미술관(관장 김갑수)은 16일부터 9월25일까지 `진경의 맥-영남의 청년작가`전을 개최한다.

지난해 영남의 중견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진경의 맥-영남의 47인`전에 이어 마련하는 특별전.

그런만큼 여름휴가 시즌이 끝나는 시점과 가을이 시작하는 9월의 문턱에 관람객들에게 마음의 여유와 휴식을 안겨주는 전시회가 될 듯하다.

`진경의 맥-영남의 청년작가`전은 조선후기 1733년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이 포항 청하에서 현감으로 근무함으로써 우리나라 회화사의 자랑거리인 진경산수가 꽃피고 만개했음을 주목, 그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마련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영남 청년작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지역마다 삶, 장소성,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포항, 안동, 대구, 경주, 영주, 예천, 봉화, 청도, 경산 등 영남지역 청년작가 73명이 평면, 입체, 설치, 영상, 미디어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면서 느낀 정서와 생각들을 표현한 작품을 통해 영남미술의 미래를 가늠 해 본다.

영남지역은 한국의 근대미술사에서 괄목할 만한 작가들을 배출했던 곳이다. 이인성, 이쾌대, 황술조, 김준식, 서진달, 주경, 손일봉 등의 작가들은 소위 외광파와 같은 자연주의 회화양식을 중심으로 서구미술의 도입과 화단의 근대화에 큰 역할을 했던 작가들이다. 그러나 중앙문화 집중 현상의 오늘의 상황에서 자연주의 회화양식은 영남 화단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시대에 뒤떨어지는 문화라는 인식이 스며져 있다. 하지만 조선후기 겸재 정선이 현감(경산, 청하)으로 제수하면서 남긴 작품들과 진경정신, 그리고 근대미술사에서 선배 작가들이 남긴 발자취는 근대를 거쳐 현대미술로 나아가는 한국 미술의 뿌리가 영남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다. 이것은 영남만이 가지는 지역의 색이며, 정신적 문화유산으로 지역애를 느끼며 살아가는 지역민들에게는 큰 자긍심이 아닐수 없다.

영남지역 미술이라면 자연주의 회화를 떠 올리게 된다. 이것은 근대미술사에서 영남출신 선배 작가들의 위치와 역량의 그늘이 상당히 깊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뜻밖에도 이번 전에서 영남미술의 장점이자 단점인 자연주의적이고 사실적인 화풍을 청년작가들의 작품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만큼 선배 세대와 청년작가들 간의 감성의 차이는 과학발전의 속도만큼 급변하고 다양화 되고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초고속 과학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고, 저마다 다른 미적가치와 다양성을 보여주는 21세기의 청년들이다.

참여 작가 또한 개인별, 연령별 세대간의 가치와 생각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이번 전시에 진경의 맥이라는 단어를 청년작가들과 연결 짓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생각이 드는 일면도 있다. 그만큼 21세기는 다양한 가치와 목표, 감성들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청년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지역애를 가슴에 안고 변화의 시대에 조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1세기의 복잡하고 다양한 가치 속에서도 청년작가들은 `나 다움`을 찾아 가고자 하는 노력들이 보였고, `나 다움`이 모여 지역문화를 만들어 가고 또한 전승돼 고향의 문화를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전시의 주제인 `진경의 맥`은 작품의 양식과 화풍에서 흐름을 찾기 보다는 예술가의 주체적인 정신과 감성에서 그 맥이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면서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 영남지역 청년작가들을 위한 대규모 전시가 없었던 사례에서, 전시를 통해 청년작가들이 지역문화에 대한 소통과 담론이 무르익는 장소로서 매우 의미 있는 전시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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