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체육회 가맹단체 실무 임원들이 일본 후쿠오카 체육시설과 운영실태, 학교 및 엘리트 체육 육성 현황을 견학하는 자리에 동행했다.
일본의 체육 시설과 규모, 기술, 운영 등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많이 앞서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의 경제력으로 볼 때 이미 예상했던 일이어서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대형스포츠시설을 방문한 날, 마침 쿠슈(九州)현 중학생 핸드볼 경기대회 개막식이 열려 유심히 지켜봤다. 선수입장과 개회선언, 국민의례, 우승기반환, 대회사, 선수선서 등 식순은 우리와 다를 게 없었다.
특이한 점은 경기장 주변에 현수막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회장 정면에 작은 현수막 한 개가 걸려 있고 체육관 입구에 사람 가슴 높이 정도의 대회를 알리는 입간판 한 개만 세워져 있다. 언뜻 보아서는 이렇게 큰 체육대회가 열리고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다.
경기장 내 학교별 응원석은 도화지에 학교 이름을 직접 써서 붙였다. 작은 걸개 현수막이 몇 개 있긴 한데 모두 학생들이 손수 글자와 그림을 그려 넣어 만든 것들이다. 대회 안내책자는 질이 떨어지는 누런 종이에 흑백으로 제작됐다. 그것도 돈을 받고 판매한다.
우리나라 스포츠 대회를 비롯한 각종 행사 때 경기장 안팎과 시가지 전역에 현수막이 도배하고 두꺼운 코팅지에 컬러로 화려하게 제작된 안내책자를 무료로 배부하는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조잡하고 쩨쩨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막대한 돈을 투자해 종합스포츠시설을 짓고 시민들이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엄청난 예산을 지원하면서 지나치게 인색한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낭비요인을 철저하게 제거하고 실용성에 바탕을 둔 일본의 절약정신과 검소한 국민성을 엿볼 수 있다.
반면 우리의 각종 행사는 내실보다 전시성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비단 체육행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집, 큰 차, 명품 사기 등 신분 과시성 소비풍조에 물들어 있다.
일본의 지나친 내핍이 우리보다 더 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본이 세계 최고 부자나라가 된 원동력이 검소한 국민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본과 독일, 중국 등 세계 강대국들의 대다수가 소비보다 절약정신을 생활화하고 있다. 일본이 패전의 폐허 속에서 한때 저축률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축적한 거대한 국내 자본을 바탕으로 산업을 일으켰고 오늘날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겨울철 내복 입기를 생활화하고 있는 독일 역시 일본 못지않게 검소하다. 중국은 현재 세계 저축률 1위, 외환보유액 1위를 기록하며 세계 경제의 거인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국민소득은 2만795달러, 일본은 3만8천80만달러다. 6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한국 3천110억 달러, 일본은 1조 달러를 넘기며 세계 2위다.
더욱이 한국의 6월 말 기준 대외채무는 3천963억 달러, OECD 17개 회원국 중 가계저축률 최하위다. 거기다 외채와 재정적자, 가계부채는 계속 불어나는 추세다. 이것이 소비가 주는 즐거움에 빠져 있는 한국의 경제지표다.
절약정신으로 부를 일군 일본은 지금 이웃한 한국과 중국, 러시아를 향해 감히 영토분쟁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해 졌다. 중국도 이제 세계 10번째로 항공모함을 진수하고 전 세계를 호령하려 하고 있다.
우리의 주변국인 일본의 독도 야욕은 갈수록 노골화하고 못사는 나라로 여겼던 중국마저 우리 경제를 추월해 가는 마당에 외국에 빚을 내 잔치판을 벌이고 경쟁적이고 과시적인 소비를 즐기고 있을 때인지 되돌아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