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의 옛 이름이 어룡담이었다는 지적이 본지를 통해 제기된 후 지역사회에 미묘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보도대로라면 차제에 이름을 바로잡자는 의견이 한축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영일이라는 명칭이 이전부터 존재해왔는데 새삼스럽게 문제삼을 것이 없다는 입장은 또다른 한축이다.
영일만의 명칭문제는 심사숙고해야 할 사안임은 분명하다. 특정인의 판단으로 절대 결정돼서는 안될 일이다. 포항시민 전체가 참여하는 투표라도 해야 할 소중한 일이다. 투표가 부담이 된다면 시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라도 나서야 하는 것이 순서다.
그러나 앞서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적 근거다. 본지가 브리태니커백과사전 등을 참고해 취재·보도 했지만 사실적 판단의 근거를 확보하는 것은 포항시와 의회의 몫이다. 왜 일제시대에 바뀌었는지, 목적은 무엇이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용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됐는지, `영일`이라는 인근의 기존지명이 좋았는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백번을 양보해 일본이 포항의 미래를 위해 어룡담이나 용담만보다는 영일만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했다면 그것 또한 역사다. 받아 들이고 말고는 시민의 몫이다. 결코 일부 지도자가 판단할 사안은 아닌 것 만큼은 분명하다.
반대로 브래태니커사전의 내용이 잘못됐다면 수정을 요구해야하는 것 역시 포항시의 몫이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지나치는 것은 직무유기다. 불법을 눈감아주는 것이나 다를바 없다.
본지에 보도 된 이후 일부 향토사학자 등은 특종이라고 치켜세우지만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20년넘게 기자생활을 해오면서 가수 최백호의 영일만친구를 얼마나 불렀는지 모른다. 또 최근에 나온 영일만친구 막걸리도 수도 없이 마셨다. 어디 그 뿐인가. 포항은 영일만을 빼고는 얘기할 수 없다. 포스코의 우향우정신도 영일만과 연결돼 있다. 송도해수욕장, 북부해수욕장, 도구해수욕장, 해병대훈련장 모두 영일만이다. 정말 혼란스럽다. 이 모든 것이 영일만과 연결돼 있는데 이제와서 영일만의 이름이 일제강점기에 개명됐다고 하니 허망하다.
`영일`이라는 명칭이 이전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일은 해를 맞는다는 상징적인 의미다. 신라시대때부터 인근의 마을이름으로 존재해 왔다. 한반도 동해안의 가장 끝인 포항은 해를 맞기에 가장 적합한 곳임에는 틀림 없다. 매년 1월1일 해맞이 축전이 성대하게 펼쳐지는 곳도 포항이다. 그러나 정작 해맞이 행사가 펼쳐지는 곳은 영일만내가 아니다. 푸른 동해앞바다가 펼쳐지는 한때 토끼꼬리라고도 불렸던 호미곶면 해맞이 광장이 그곳이다. 해맞이에는 영일만보다는 동해가 제격이라는 얘긴가.
굳이 따진다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영일만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싶다. 그래서 어룡담이나 어룡호로 불렸던 옛이름이 정갈스럽게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포항은 극히 혼란스럽다. 정치권의 불협화음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대로, 시장은 시장대로, 도의원은 도의원대로, 기초의원은 기초의원대로 정말 제각각이다. 겉으로는 웃지만 대립각은 심각한 수준이다.
기초의회는 의원간의 알력이 정도를 넘어섰다는 표현까지 제기되고 있다. 편나눔 현상이 극에 달하면서 의회를 식물의회로까지 표현하는 이도 있다. 일부 도의원은 박승호시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도의원을 초청, 내년도 예산을 설명하는 자리에 시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부시장에 대한 배려인가. 시장은 해외 기업유치에 나갔고 그 자리는 부시장이 차지했다. 일부 도의원은 불쾌하지만 드러내고 타박도 못한다. 그렇게 시간만 가고 있다.
폭염주의보가 곳곳에 내려졌다. 한 여름이 지나가지만 불볕더위는 여전하다. 정치인들이 화합해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그런 속시원한 청량제 소식이 정말 그립다. 오늘밤은 영일만이 아닌 어룡담(용담만)의 야경을 봤으면 싶다. 그래야 잠이 올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