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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기른 아이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1-08-01 21:11 게재일 2011-08-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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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人情)은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심정으로 세상 사람의 마음인 동시에 동정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리킨다. 인정이란 결코 컵 속에 든 한 모금의 물처럼 누구에게 쓰고 나면 비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샘처럼 푸면 풀수록 더욱 풍부해지는 것이요 또 인정이란 어떤 대상에서 우러나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능력의 육성이라 한다. 그래서 인정은 마치 해양(海洋)의 흐름과 같고 사상이나 제도는 마치 표면에 이는 물결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인정에 약하고 인정이 없으면 정의로운 사람이 될 수 없다고도 했고 인정이 원수라는 영국 속담도 있다. 2011년 6월에 퇴임한 기능직 8급 방호원 부부가 그가 근무하는 정부종합청사에서 선행봉사 공무원으로 표창을 받은 것은 아이 여덟 명을 입양시킨 사실이 사회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인정과 신앙, 그리고 봉사의 뜨거운 마음이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탁씨와 강씨로만 알려진 부부는 결혼 전부터 성당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그들은 항상 아이들을 입양하고 싶다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17살짜리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이 있지만 1999년 이후 장애가 있는 여자아이를 입양한 것을 시작으로 올 3월 다섯 살 된 아들, 두 명까지 줄줄이 가족으로 맞아들였다. 이렇게 해서 생긴 가족이 고2인 큰 아들, 중2인 딸과 아들, 초등학교 6학년, 3학년, 2학년, 1학년과 다섯 살짜리 꼬맹이 둘이다. 물론 국가의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경제적 사정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처지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 아이가 걸을 수 있도록 수술하는 것이 가장 걱정스러운 일이라 한다. 8명의 입양아 중 4명이 장애아인 이 가정에는 그래도 언제나 웃음이 넘치고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은 식구들 간의 뜨거운 인정과 신앙이 있기 때문이다. 감당키 어려운 사정도 많지만 언제나 맑고 밝은 봉사정신이 그들의 가정을 지탱하고 있다. 세상은 메마르다. 그러나 인정은 넘친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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