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천하제일의 인재

쌍산 김동욱
등록일 2011-07-27 20:33 게재일 2011-07-27 18면
스크랩버튼

국사무쌍

나라 안에 둘도 없는 뛰어난 무사. 천하제일의 인재라는 뜻의 말이다. 중국의 초한쟁패기에 활약했던 한의 명장 한신을 두고 소하가 평했던 말에서 비롯됐다. `사기회음후열전` 등에 기사가 나온다.

진이 멸망하고 항우와 유방 두 영웅이 자웅을 겨루던 때의 일이다. 당시 유방의 군대는 고향을 떠나 산간오지의 척박하기 이를 데 없는 촉땅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한신이라는 하급군관도 끼어 있었다. 그는 회음 출신으로 처음에는 초왕 항우를 섬겼으나 사람볼 줄 모르는 항우의 눈에 들지 못했다. 크게 실망한 한신은 결국 초의 진영을 도망쳐 나와 유방의 군대에 몸을 의탁했던 것이다. 여기서 그는 부장 하후영에게 발탁되어 정승 소하의 눈에까지 띄게 되었지만 여전히 말단군관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소하는 한신의 재주와 기개에 기대를 걸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방에게 그를 천거하곤 했다.

그 무렵, 유방의 진영에서는 고향을 그리다 향수병에 걸린 부장이나 병사들이 도망치는 일이 잦아 사기가 갈수록 떨어졌다. 소하가 여러번 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군량을 관리하는 치속도의 정도에 머물러 있던 한신도 유방에게 싫증이 나 도망쳐버리고 말았다.

소하는 한신이 도망쳤다는 보고를 듣고 황망히 말에 올라 그의 뒤를 쫓았다. 큰 이룸을 눈앞에 두고 그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소하가 도망가는 것으로 착각하고 유방에게 그 사실을 보고했다. 믿었던 소하마저 도망을 치다니 그 보고를 들은 유방은 크게 노여워했다. 그런데 이틀 후 소하가 돌아왔다. 유방은 기쁨과 울분이 엇갈려서 노한 얼굴로 고함쳤다.

도망을 치다니, 정승된 자가 할 짓인가?

소하는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도망친 것이 아닙니다. 도망친 한신을 쫓아가서 다시 데리고 온 것 뿐입니다”

여러 부장들이 도망쳐도 가만히 있던 소하가 이름도 없는 한신을 쫓아가 잡아오다니 유방은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하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제까지 도망친 여러 장수 정도는 어디서든 얻을 수 있습니다만, 한신은 실로 국사무쌍이라고 할 만한 인물로서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인재입니다. 만약 전하께서 이 파촉에서 평생을 그럭저럭 보내시겠다면 한신 같은 인물이 필요없습니다만 동쪽으로 나아가 천하를 거머쥐고 싶다면 한신을 놓치고서는 일이 어렵습니다”

/쌍산 김동욱

한국서예퍼포먼스협회 상임고문

서예가 김동욱의 문자香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